속고 속이는 경찰과 갱의 진실게임 ‘디파티드’

  • 입력 2006년 11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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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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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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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파티드…경찰과 갱의 속고 속이는 진실게임

“경찰이든 범죄자든 총질은 마찬가지지.”

물론 말이 안 되지만 이 대사가 나오는 영화 ‘디파티드’에서 만은 경찰이 갱이 되고 갱이 경찰이 된다. 디파티드는 홍콩 영화 ‘무간도’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작품. 배우 브래드 피트가 제작하고 ‘택시 드라이버’ ‘좋은 친구들’의 마틴 스코세이지가 연출했다.

보스턴 경찰은 범죄조직 보스인 프랭크 코스텔로(잭 니컬슨)를 잡기 위해 경찰 빌리 코스티건(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을 갱으로 위장시켜 조직에 들여보낸다. 한편 코스텔로의 ‘장학생’으로 자란 콜린 설리번(맷 데이먼)은 경찰이 돼 그의 첩자 노릇을 한다. 당연히 두 남자의 격돌은 필연이 된다.

자신이 첩자이면서 상대편의 첩자를 찾아내야 들키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상황, 러닝타임이 152분으로 길다. 초반에는 좀 지루할 수 있지만 뒤로 갈수록 이중생활을 하는 빌리와 콜린이 목숨을 걸고 벌이는 게임의 팽팽한 긴장감이 살아난다.

초호화판 캐스팅은 이름값을 했다. 눈빛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하는 니컬슨의 악의 카리스마. 기회주의자인 데이먼의 비열한 카리스마. 그리고 ‘꽃미남’ 이미지는 간 데 없고 거친 남성미 안에 정체성 혼란의 감정을 숨긴 디캐프리오가 보여 주는 고뇌의 카리스마까지. 세 남자의 힘이 화면을 꽉 채운다. 서로 속고 속이고, 결국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는 결론은 허무하지만, 진리다. 23일 개봉, 15세 이상.

■‘세 번째 시선’… 인권의 바다서 건진 여섯 개의 보물

‘인권’을 말하는 영화라 지루할 거라 생각하면 오해다. 인권영화 ‘시선’ 시리즈의 세 번째 편인 옴니버스 영화 ‘세 번째 시선’은 ‘인권’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젊은 감독들의 재치 있는 아이디어 여섯 개로 경쾌하게 풀어냈다.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이 만든 ‘잠수왕 무하마드’는 고국에서 잠수왕으로 유명했던 외국인 노동자 청년이 유독가스 공장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고 일하는 얘기다. 공장이 그에게 바다가 된 것. ‘험난한 인생’에서 초등학생 경수가 데려온 외국인 친구는 흑인 소녀 제인. 친구들은 “깜둥이랑 사귄다”고 핀잔을 주며 제인을 놀리고 급기야 소녀는 눈물을 뚝뚝 흘린다. 학원을 홍보할 때도 ‘우리 학원은 100% 백인 강사’라고 선전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밤(bomb) 밤 밤’에서 청소년 동성애자 마선은 친구들에 의해 바지가 벗겨지고 “호모새끼, 동물원에 보내겠다”며 괴롭힘을 당한다. 다수의 아이가 뭉쳐 소수자를 억압하는 것을 보고 나면 아이가 그런 다수에 속하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23일 개봉, 12세 이상.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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