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코미디 ‘라디오 스타’(28일 개봉)에서 한물간 록가수 ‘최곤’ 역을 맡은 박중훈(40)의 연기 속에도 그가 걸어온 21년 연기 인생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최곤 이전에 인간 박중훈이 투영된 최고의 연기”(이준익 감독)라는 평처럼 진심이 담긴 그의 연기를 보다 보면 어느새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심지어 ‘라디오 스타’와 맞붙는 경쟁 영화의 관계자조차도 “관객들이 ‘라디오 스타’를 많이 봐서 박중훈이라는 좋은 배우가 있음을 새삼 느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다.
―연기가 ‘너무’ 리얼하던데….
“배우는 대부분 간접 경험을 통해 캐릭터를 ‘유추’해서 연기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유추’가 아니라 그냥 내 삶에서 ‘발췌’했다. 편했다.”
영화 속 최곤은 20년 전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1988년도 가수왕’. 음주, 폭력, 대마초로 신문 사회면에 오르내리다 어느덧 한물간 스타가 돼 강원 영월의 라디오 DJ로 가는 신세다.
“최곤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다. 마흔인 나이도 같고(영화에서 나오는 최곤의 주민등록번호의 앞자리 ‘660322’도 실제 그의 거다), 20년간 연예계에 있었고, 오래전엔 나도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고(웃음)…. 최곤만큼은 아니지만 나 역시 인기의 부침도 겪었다.”
1985년 데뷔 때부터 주연만 맡아온 박중훈은 한때 이승엽 저리 가라 할 타율(흥행)을 자랑하는 충무로 ‘4번 타자’였다. ‘투가이즈’ ‘천군’ ‘강적’이 흥행에 연거푸 실패하면서 최근 3년간 그에겐 흥행작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젊은 관객 중엔 ‘라디오 스타’에서 박중훈-안성기 황금콤비가 7년 만에 뭉쳤다는 사실보다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데 더 관심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여유로웠다.
“마라톤으로 치면, 나는 이제 반환점을 돈 셈이다. 그동안 난 1등으로 혼자 달려도 봤고, 선두그룹에 있어도 봤고, 2위 그룹에서도 달려 봤다. 물론 1등 해서 금메달 따면 제일 좋지만, 이제는 완주 자체의 소중함도 안다.
“날 최고라고 여겨준 관객이 있었기에 오늘날 내가 있을 수 있다. 물론 관객은 ‘언제나’ 최고라고 말해주진 않지만, 그래도 괜찮다. 난 이미 충분히 축복받았다. 70세가 돼서 단역을 맡더라도 영화를 계속할 거다. 그게 관객에 대한 나의 예의니까.”
어쩌면 이젠 관객이 그에게 말할 차례일지도 모르겠다. “박중훈이란 배우가 언제나 곁에 있어 행복하다”고.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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