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호 선원들 뼈보일만큼 야위어…‘빨리 구해달라’ 호소”

  • 입력 2006년 7월 2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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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PD가 동원호가 피랍된 소말리아 하라데레 해안의 마을에서 취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MBC
김영미 PD가 동원호가 피랍된 소말리아 하라데레 해안의 마을에서 취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MBC
《4월 4일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상에서 피랍된 뒤 100여 일간 억류돼 있는 ‘동원호’ 선원들의 최근 모습을 김영미(36) 크릭앤리버코리아 PD가 카메라에 담았다. 분쟁지역을 취재해온 그는 해적들을 설득한 끝에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북쪽 하라데레 인근 해역에 억류된 동원호에서 3일간 선원들과 함께 지내고 최근 귀국했다. 이 배에는 한국인 8명을 포함해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출신 등 모두 25명이 억류돼 있다.》

김 PD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선원들이 정부나 회사 측에서 아무도 소말리아에 오지 않은 사실에 분개하고 있으며 빠른 구조를 위한 조치를 호소했다”고 전했다. 그는 “선원들이 뼈만 보일 정도로 야위고 갑판장은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며 “이들은 생필품을 빼앗겨 제대로 먹지 못한 데다 오랜 억류 생활로 인한 심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말라리아에 걸린 일부 선원은 치료약 대신 ‘용각산’을 먹으며 견디고 있었고 해적단은 선원들과 의사소통이 거의 안 돼 말 대신 총을 들고 수시로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PD는 “한국 선원들이 한국대표팀의 월드컵 16강 진출 여부 등 고국 소식을 묻기도 했다”며 “내가 현지에 도착한 10일은 이들이 피랍된 지 100일째 되던 날이어서 ‘언제 풀려날 것 같으냐’며 정부의 대책을 물어오는 이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김 PD는 “4월 중순경 미국 군함이 구출하러 왔다가 해적들의 선원 살해 위협 때문에 돌아간 뒤 선원들은 ‘살 희망이 없다’며 바다에 뛰어내릴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해적단은 중국인 선원이 딸에게 전해달라며 김 PD에게 건네 준 편지를 빼앗고 이 선원을 감금하기도 했다. 김 PD는 “선원을 학대한다는 소문이 나면 협상에 불리하다고 항의해 편지를 돌려받았다”며 “한국인 기관장이 선원들을 대표해 노모에게 ‘어머니, 건강하게 돌아가겠다. 협상은 잘 되고 있다’며 안심시키는 메시지를 녹화했다”고 밝혔다.

선원들을 납치한 해적들은 소말리아 정부군과 이슬람 반군 조직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으며 협상 과정에서 몸값을 계속 높게 불러 타결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김 PD는 “해적들이 제시한 몸값이 100만 달러(약 10억 원) 안팎이라고 들었다”며 “배를 떠나는 날 선원들이 갑판에서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게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PD가 취재한 동원호 선원의 실태는 25일 밤 11시 5분 MBC ‘PD수첩’에서 방영한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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