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월드]WP의 라디오 서비스

  • 입력 2006년 4월 5일 0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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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집에서 읽은 신문 기사를 출근하는 차 안에서 담당 기자로부터 직접 브리핑 받는 기분은 어떨까?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이것이 가능할 것 같다.

미국의 대표적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주부터 AM과 FM 라디오 채널을 이용해 자사의 기자와 칼럼니스트들이 그날의 주요 기사와 논평을 앵커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청취자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WP가 지역의 기존 라디오 방송사와 합작해 만든 워싱턴포스트라디오(WP Radio)가 제공하는 일종의 매체 혼합 서비스다. 라디오 서비스를 통해 뉴미디어에 필요한 음성 콘텐츠를 확보하고 신문의 독자층을 확대하려는 WP의 실험은 업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그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다.

가장 먼저 던질 수 있는 질문은 라디오를 통해 WP의 기사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면 왜 WP를 사 보겠느냐는 것이다. 제 살 깎아 먹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반세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라디오 방송에서 신문 기사를 그대로 읽어 주는 방식이라면 라디오 서비스는 신문의 보완이 아닌 대체재가 될 위험도 있다. WP라디오는 이 점에 관해 신문 기사에 담지 못한 더 많은 이야기가 방송의 주요 콘텐츠가 된다고 말한다. 방송과 신문이 보완재로서 더 큰 효용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쟁점은 글 쓰는 훈련만 받은 기자와 칼럼니스트들이 방송에서 얼마나 매력적으로 청취자들에게 다가가겠는가 하는 점이다. WP라디오는 기자 혼자 청취자들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명도가 높은 유명 라디오 앵커가 기자들을 불러 인터뷰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프로페셔널한 앵커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부분이다.

또 라디오 출연의 부담이 기자와 칼럼니스트들 본연의 업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겠는가 하는 지적도 있다. 이런 기본적인 문제 외에도 진보적인 WP와 매우 보수적인 모르몬교 계열인 바너빌 인터내셔널의 합작이 갖는 위험성, 전국 방송으로서의 WP라디오의 경쟁력 문제 등 우려할 사항이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월 사업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독자들의 뉴스 이용 습관 변화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려는 WP의 실험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문과 방송의 겸영 금지라는 법률적 제한 때문에 이런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우리 입장에서는 부러운 모습이기도 하다.

안민호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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