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2 ‘시사투나잇’ 시사프로 선거공정성 논란

  • 입력 2006년 3월 1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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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지방선거를 앞두고 방송의 공정성 여부를 둘러싼 시비가 일고 있다.

발단은 열린우리당이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을 추진 중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다룬 KBS 2TV 시사 교양 프로그램 ‘생방송 시사투나잇’. ‘시사투나잇’은 7일 ‘서울시장 후보 공천 강금실 변수’라는 제목으로 강 전 장관이 대표 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의 사무실 이전 리셉션 현장에 참석한 강 전 장관의 모습을 약 2분간 방송했다. 강 전 장관은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너무 관심이 많으시니까… 3월 안에는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는 경남도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김두관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의 발언 모습도 나왔다.

한나라당은 보도 프로그램이 아닌 ‘시사투나잇’에서 후보자로 거론되는 강 전 장관에 대해 방송한 것은 선거방송 심의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14일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했다. 5·31지방선거와 관련해 지상파 TV 프로그램의 공정성에 대해 이의신청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나라당은 또 KBS가 최근 선거방송 준칙을 정비하면서 ‘후보자 출연 제한’ 조항을 삭제한 사실이 알려지자 공영방송이 공정한 선거 보도라는 기본 제작 규정을 포기한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이 ‘시사투나잇’을 문제 삼은 근거는 선거방송 심의규정 제20조. 이 조항은 선거일 90일 전부터 보도·토론 방송 이외에는 후보자를 출연시키거나 음성·영상 등 실질적인 출연 효과를 주는 방송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사투나잇’은 보도 프로그램이 아니므로 심의규정 위반이라는 것이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실제로 KBS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시사투나잇’이 시사 교양으로 분류돼 있다.

이에 대해 KBS는 ‘시사투나잇’은 장르상 ‘보도’ 프로그램이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중요한 인물에 대한 소식을 다룬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KBS는 특히 최근 선거방송심의위가 심의규정 20조와 관련해 내린 유권해석을 근거로 ‘시사투나잇’도 보도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보도 방송’의 범위에 관한 KBS의 유권해석 의뢰에 대해 지난달 20일 ‘선거 관련 사항에 대한 PD의 제작물을 포함하되, 시사에 관한 속보 또는 해설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 한하는 것으로 봄’이라고 결정했다.

‘시사투나잇’의 박정용 책임PD는 “이는 PD가 제작한 시사 프로그램도 보도의 영역에 들어간다는 의미”라며 “회사 내에서도 ‘시사투나잇’은 ‘보도’ 영역으로 분류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BS 시청자센터 주간을 지낸 김형태 선거방송심의위원(한나라당 추천)은 “PD가 만들었더라도 보도에 포함된다는 유권해석은 어디까지나 ‘보도 방송’인 경우이고 ‘시사 교양’은 해당이 안 된다”며 KBS의 주장은 억지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윤영철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누가 보더라도 명백히 뉴스 가치가 있다면 보도 방송이라고 분류할 수 있겠지만 어느 쪽으로 분류하기 모호한 경우가 더욱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열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KBS가 선거방송 준칙에서 후보자 출연 제한 조항을 삭제한 것이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선거 보도 심의는 사후 규제일 뿐이므로 공정한 방송을 위해서는 내부 제작 규정이 더욱 중요하다”며 “스스로 공정성이라는 제작 윤리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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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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