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한층 성숙한 모습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 입력 2004년 7월 7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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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에이저가 된 해리 포터의 불안한 심리가 선악 구분이 힘든 복합적 캐릭터들과 뒤섞여 한층 음울한 분위기로 다가오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사진제공 올댓시네마
틴에이저가 된 해리 포터의 불안한 심리가 선악 구분이 힘든 복합적 캐릭터들과 뒤섞여 한층 음울한 분위기로 다가오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사진제공 올댓시네마
Mr. 해리 포터, 굳이 이런 편지 형식의 글을 취한 것은 당신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해리 포터는 시리즈 말미에 죽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대니얼 래드클리프, 당신의 또 다른 이름이죠. 2001년 당시 12세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를 맡은 행운아입니다. 당신은 이 시리즈로 600만 파운드(약 132억원)를 벌어들여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10대 랭킹 2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시리즈 1, 2편의 연출을 맡은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당신을 보는 순간 “마침내 해리 포터를 발견했다”고 한 말이 떠오르는군요.

● 해리 포터의 사춘기

당신에게 이런 편지를 쓰는 것은 시리즈 3탄인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16일 개봉)를 시사회에서 보고 나서입니다. 이제 이 시리즈가 다른 차원으로 발전했음을 느꼈어요. 포터와 헤르미온느(엠마 왓슨), 론 위즐리(루퍼트 그린트) 3총사는 더 이상 내가 알던 아이들이 아니었습니다. 서양식으로 표현하면 틴에이저가 됐죠.

당신들은 영화와 함께 성장했습니다. 3편에서 포터는 내심 두려워했던 이모를 풍선으로 만든 뒤 하늘로 날려버려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죠. 똑똑하지만 별로 정이 가지 않는 헤르미온느는 3탄에서는 성숙한 소녀가 되어 때로 당신을 제치고 사건의 해결사가 됩니다.

● 선과 악, 나는?

‘…아즈카반의 죄수’를 보는 즐거움은 선과 악, 아이와 어른의 세계 등 이전의 이분법적 세계에서 영화가 한층 자유로워졌다는 겁니다.

제목은 ‘…아즈카반의 죄수’이지만 정작 그 죄수 시리우스(게리 올드만)는 은근히 공포감을 조성할 뿐 1시간이 지나도록 등장하지 않더군요. 마침내 나타난 시리우스는 당신이 찾던 부모님의 원수가 아닙니다. 당신이 잠시 기댔던 루핀 교수는 ‘늑대인간’이고, 아즈카반의 간수 ‘디멘터’는 영혼을 흡수하는 무서운 존재더군요. 당신을 둘러싼 캐릭터들은 이중적 존재로 틴에이저의 불안정한 심리처럼 모호합니다. 그래서 영화는 1, 2편이 주는 단순한 쾌감이 아니라 복합적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 당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당신의 ‘영화적’ 아버지는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죠. 그러나 이번 3탄에서 그는 제작을 책임지고 대신 감독은 알폰소 쿠아론이 맡습니다. ‘소공녀’ ‘이투마마’로 10대의 성장기를 담는 데 재능을 보여준 쿠아론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훌륭한 ‘계부’의 역할을 다 했습니다. 누아르 영화처럼 어두운 화면, 시시각각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캐릭터들은 당신을 위한 자양분이 됐습니다.

늘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즐거움을 선사했던 이 시리즈에서는 이번에도 반은 말이고 반은 독수리인 ‘벅 빅’,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집, 영혼을 빨아들이는 디멘터 등 새로운 볼거리가 등장합니다.

Mr. 해리 포터, 당신의 생일(31일)이 다가옵니다. 다른 감독의 손으로 제작중인 4편 ‘불의 잔’은 2005년 11월 개봉 예정이라죠. 그날 우리는 이마의 그 상흔과 함께 당신을 해리 포터로 영원히 기억할 겁니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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