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촛불시위' 처벌 표결 논란

  • 입력 2004년 3월 29일 15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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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가 28일 오후 11시10분부터 90분간 생방송한 '100인 토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서는 배심원들의 최종 투표 결과 중 한쪽 결과만이 전달된 채 방송이 끝났다.

시청자들의 '의도적이 아니냐'는 항의가 빗발치자 KBS는 '찬성'과 '반대' 숫자가 뒤바뀐 것이라고 해명하고 나서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100인 토론…'의 주제는 '탄핵무효 촛불집회 사법처리 논란'.

집회 주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찬성하는 패널로 이장춘(李長春) 전 외교부 대사와 홍성걸(洪性傑) 국민대 교수(행정학)가, 사법처리를 반대하는 패널로는 정대화(鄭大和) 상지대 교수(정치학)와 장유식(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변호사)이 나와 토론했다.

토론에 앞서 KBS가 100명의 배심원들을 상대로 사법처리 찬반에 대해 실시한 표결에서는 38대 60으로 집회 주도자에 대한 사법 처리에 반대하는 견해가 우세했다.

그러나 토론이 끝난 후 다시 실시한 표결에서는 찬반을 표시하는 스튜디오의 멀티스크린에 사법처리 반대쪽에 '37'이라는 숫자가 들어오고 찬성 쪽 칸은 빈 채 스크린이 정지됐다.

토론 시작 전과는 달리 사법처리에 반대하는 배심원 수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사회자인 김주환(金周煥) 연세대 교수(신문방송학)는 "기술적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뒤 방송을 끝냈다.

최종 투표 결과를 밝히지 않은 채 방송이 끝나자 시청자들은 언론사와 KBS 인터넷 홈페이지의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KBS측이 사법처리 반대쪽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자 의도적으로 방송 사고를 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ID 방용일씨는 "KBS에서 표결 집계를 한 두 번 하는 것도 아닌데 기술적인 문제라는 해명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KBS는 29일 KBS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해명서를 통해 "결과 집계를 대행하는 업체에서 밝힌 오류의 원인은 표결 결과를 멀티스크린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관리자의 실수"라고 발표했다.

KBS측은 또 "이 업체에 따르면 사후 표결 결과는 사법처리 찬성이 37, 반대가 61로 토론 시작 전 표결 결과와 거의 같았다"고 말했다. 사법처리 '찬성' 37명이 '반대'가 37명으로 잘못 나왔다는 설명인 셈이다.

'100인 토론…'은 지난해 4월 13일 방송한 '서승목 교장 자살사건과 전교조'를 주제로 한 토론에서도 전교조 쪽에 유리한 투표 결과가 나오자 배심원들이 "결과가 실제와 다르게 나왔다"고 항의하고 KBS측이 재토론을 약속했다 다시 번복하는 등 논란을 빚었다.

디지털뉴스팀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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