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남성드라마 열풍속 멜로는 살아있다

  • 입력 2003년 2월 3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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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아내'                           MBC'눈사람'

KBS2 '아내' MBC'눈사람'

《따뜻한 멜로 드라마 2편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KBS2 월화극 ‘아내’와 MBC 수목드라마 ‘눈사람’이 그것. 경쟁 드라마인 SBS ‘야인시대’와 ‘올인’에 비해 시청률은 다소 낮지만 20% 안팎을 꾸준히 유지하며 20, 30대 여성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야인시대’나 ‘올인’이 남자들의 사랑과 성공을 장대한 스케일로 그려냈다면 ‘아내’와 ‘눈사람’은 가슴 아픈 사랑을 하는 여성의 마음에 현미경을 들이댔다. 최근 엄청난 제작비와 볼거리 위주의 남성 드라마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내’와 ‘눈사람’은 일상과 주연들의 심리묘사를 섬세하게 담아내 틈새 시장을 노린 것. 두 드라마는 만남과 오해, 헤어짐을 반복하는 멜로의 공식을 따르기보다 사건의 전개 속도를 늦추고 주인공의 심리를 상세히 묘사해 시청자의 공감을 사고 있다.》

● 이런 사랑은?

‘아내’와 ‘눈사람’에서 사랑은 비정상적이다. 그러기에 드라마의 주연들이 사랑하는 방식은 고통이 뒤따른다. 그들의 순수한 사랑도 그 고통의 크기에 비례한다.

‘아내’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두 아내를 두게 된 남자와 그 아내들의 이야기이고 ‘눈사람’은 형부와 처제의 사랑이다. ‘아내’는 가정이 있는 남자 상진(유동근)이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뒤 다시 결혼하면서 두 명의 아내가 생긴다. ‘눈사람’은 형부와 처제의 사랑을 다뤄 사랑과 불륜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줄거리로만 보자면 두 드라마는 또다른 형태의 불륜 드라마라는 지적도 받을만하다. 그러나 ‘아내’는 기억상실증이라는 장치로 일부다처제를 용인하고 있고 ‘눈사람’은 형부와 처제의 심적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눈사람’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키려 애쓰는 주인공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고조시킨다.

‘눈사람’의 이창순 PD는 “드라마라기보다 다큐멘터리적으로 접근해 불륜으로 매도당하지 않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순수한 사랑에 대한 갈증

두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순수한 사랑은 인스턴트 사랑에 익숙한 현대인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후기 산업사회에서 소외를 경험하는 현대인들은 의미둘 곳을 찾지 못한다”며 “자본이 모든 것을 서열화하는 이 시대에 사랑만이 과거와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가 된다”고 말했다.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들은 순탄치 못한 사랑의 고통 때문에 눈물을 쏟는다. 그러나 단순히 ‘울고 짜는’ 모습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왜 아프고 힘든지 조목조목 설명한다.

시청자들은 사회적 조건에 대한 계산을 배제하고 사랑의 감정에 충실한 주연의 모습을 보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건양대 국문과 김탁환 교수는 “두 드라마는 모든 외적 조건을 빼고 감정만 남겨 그 밀도를 최고조로 만든다”며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삭막한 세상에 그것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 일부일처제에 대한 도전?

두 드라마는 순수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지향적 신파드라마의 특징을 지녔다. 그러나 일부일처제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가족 제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심영섭씨는 “결혼관이 크게 바뀌었는데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드라마에서는 금기시됐다”며 “시청자들이 ‘아내’ 등의 드라마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드라마가 현실을 앞서가기보다 현실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부다처제나 일처다부제는 인간의 보편적 속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인간은 누구나 버림받는 것에 대한 불안 심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사람을 곁에 두려 한다는 것.

정신과 전문의 양창순박사는 “인간의 기초적인 본능은 성적 본능과 공격 본능인데 한 남자가 두 여자를 곁에 두는 경우 성적 본능을 충족시킴은 물론, 두 여자에게 상처를 입힘으로써 공격본능도 충족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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