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문화센터 2곳 건립 방송사 녹화시설 전용 논란

  • 입력 2003년 1월 9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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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가 1000억원과 1500억원을 들여 문화센터 2곳을 짓고 있으나 오페라와 클래식 공연 등 당초 목적과는 달리 방송사의 대중가요 프로그램 녹화장소로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세금으로 방송시설을 지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방송용 둔갑=고양시는 지난해 10월 MBC와 SBS에 공문을 보내 시에서 짓는 문화센터에서 진행할 수 있는 공연의 종류와 횟수를 질의했다.

이에 대해 두 방송사는 각각 연간 66회와 50여회의 공연을 할 수 있다고 회신했다.

MBC는 가요콘서트 30회, 음악캠프 25회, 인기가수 특집쇼, 연말 시상식 등 주로 대중가요 프로그램을 제시했고 SBS는 인기가요, 주부 대상 가요콘서트, 가요대상 등의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한 개 프로그램 제작에 보통 3, 4일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문화센터에서는 연중 방송 프로그램이 제작될 것으로 추정된다.

두 방송사의 음향 및 조명 관계자들은 심지어 문화센터 건립과정에 참여해 시의 자문에 응하고 있으며 시는 이들의 조언을 적극 수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본래의 건립 목적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일부 설비의 설계를 방송용에 적합하도록 변경할 방침”이라며 “현재까지 방송사 대여 외에는 별다른 활용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2005년 완공 예정인 일산문화센터는 오페라극장(2000석 이상 규모), 콘서트홀(1500석), 실험극장(350석) 등 대규모 전문 공연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올 7월 완공되는 덕양문화체육센터는 문예회관(1500석 이상 규모), 문화센터(450석), 운동장 등 문화시설과 함께 추가로 520억원을 들여 아이스링크와 수영장, 체육관 등 주민 편의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전문가 의견=문화기획가 강준혁(姜駿赫·56)씨는 “주민들의 문화 수요를 감안하지 않은 채 건물만 크게 지어 당초 목적과 달리 방송 프로그램을 유치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연간 100회가 넘는 공연이라면 방송사가 지어야지 세금으로 지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11월 문화센터 건립 자문단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방송사 관계자들이 참석해 당혹스러웠다”며 “지금이라도 건축 규모를 줄이고 지역문화 활성화에 예산을 투입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시 반박=시는 현실적으로 건물 규모에 맞는 오페라나 클래식 등의 공연을 유치하기 어렵기 때문에 손실을 줄이기 위해 방송사에 대여하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방송전문시설로 완전히 바뀌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목적을 수행하면서 방송에 적합하도록 일부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고위 관계자는 “아직 문화센터의 활용 방안에 대해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라며 “활용방안에 대해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하고 지역 문화인사들에게 자문하는 등 시민을 위한 시설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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