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본 아이덴티티’ “내가 누구이기에 쫓기나”

  • 입력 2002년 10월 8일 17시 27분


어느 날 아침에 깨어보니, 갑자기 수 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데다 혼자서 여럿을 상대할 만큼 무술 실력도 뛰어나다. ‘하늘의 선물’이라고 기뻐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내가 누구인지를 모른다는 점. 새 영화 ‘본 아이덴티티’의 주인공 제이슨 본(맷 데이먼)의 고민이다.

‘본 아이덴티티’는 솜씨좋게 촬영된 액션과 추격 장면들로 잘 짜여진 구성, 현실감있는 캐릭터들이 돋보이는 액션 영화다.

제이슨은 총상을 입고 바다를 표류하다 구출됐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그가 가진 과거의 흔적은 총상과 살 속에 묻혀있는 스위스 은행 비밀금고 번호 뿐. 자신의 과거를 추적해가던 제이슨은 미국 중앙정보부(CIA)에게 추적당하고, 우연히 만난 여자 마리 (프랭크 보텐트)는 제이슨을 차에 태워준다.

이 영화의 독특한 점은 초반부터 관객은 제이슨의 정체를 아는데 제이슨만 자기가 누구인지를 모른다는 것. 그는 비밀작전을 수행하던 미국 CIA의 암살요원으로, CIA는 그가 실패한 비밀작전을 은폐하기 위해 그를 살해하려 한다.

이 영화의 심리적 긴장은 위기상황에만 부닥치면 무의식적으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점점 ‘업그레이드’되는 제이슨이 결국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를 지켜보는 데서 비롯된다.

파리에서의 자동차 추격전 등 시각적 스릴을 제공하는 액션 장면들도 어설프지 않고 맷 데이먼의 연기도 꽉 차 있다. 올해 여름 미국에서 1억2000만 달러를 번 흥행작. 로버트 러드럼의 3부작 소설 중 1부작이 원작이다. 감독 더그 라이먼. 원제 ‘The Bourne Identity’. 12세이상 관람가. 18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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