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먹는 요리]황홀… 슬픔… 초콜릿은 인생

  • 입력 2002년 5월 3일 16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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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제목이 주는 신선함과 보기 드문 멕시코 영화라는 점, 낯익은 배우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묘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영화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은 멕시코의 한 가정에서 벌어지는 가족사를 다룬 탓에 식사 준비를 위해, 또는 파티를 위해 요리하는 장면이 참 많이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 초콜릿은 하나의 상징이다. ‘달콤쌉싸름하다’라는 수식어처럼 즐거움과 시련의 연속이었던 여주인공 티타의 인생을 의미하는 것.

영화의 배경이 되고 있는 멕시코는 바로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의 원산지. 초콜릿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면서 유럽에 전해졌는데, 17∼18세기 기록에 따르면 당시 초콜릿은 뜨거운 액체 상태의 음료를 의미한다. 이런 초콜릿은 당시 유럽 귀족의 음료이자 부채나 담뱃갑, 프랑스어처럼 지위의 상징으로 수백년 동안 귀족 신분을 나타내는 음료로 군림한다.

초콜릿은 일반인에겐 치료제로도 사랑받았다. 인디언들은 아침에 일어나 초콜릿을 마시면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18세기 일부 스페인 사람들은 초콜릿이 살을 빠지게 한다고도 생각했다. 또 유럽의 문인들은 초콜릿을 절대적인 기호품으로 여겼는데, 미식가이자 대식가였던 발자크는 ‘초콜릿은 지적 활동을 오랫동안 유지시켜 준다’는 평을 했고, 괴테는 ‘초콜릿 한 잔이 하루의 피로를 해소하는 데 필수적이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천부적인 요리솜씨를 타고난 티타가 만들어내는 초콜릿과 케이크, 멕시코의 전통 음식들은 사람들을 황홀하게도 하고, 슬픔에 젖어들게도 하고, 정열적으로도 만든다. 티타의 요리를 먹어보고 늘 이렇게 맛있게 만드는 비법이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티타는 언제나 같은 말로 대답한다.

“사랑을 집어넣으면 돼요.”

백승국 〈'극장에서 퐁듀 먹기' 저자·기호학 박사〉baikseungkoo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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