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드라마 명가' MBC "아! 옛날이여"

  • 입력 2002년 3월 27일 17시 23분


MBC 주말극 ‘여우와 솜사탕’이 4주째 시청률 1위(TNS미디어 코리아 조사)를 달리고 있으나 실상 내부 기상도는 잔뜩 흐리다. 같은 기간동안 ‘여우와 솜사탕’을 제외하면 시청률 톱 10 이내 들어선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최근 매주 KBS SBS가 4, 5개 프로그램을 톱 10 이내에 진입시킨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방송가에서는 이같은 ‘추락’의 원인으로 새로운 피를 수혈하지 못한 PD 세대교체의 실패를 꼽는다. 이전 시청률을 주도한 스타 PD들에게 의존하는 전략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과거 MBC 오락과 드라마를 이끌었던 이창순 이승렬 송창의 PD 등의 작품이 최근 부진을 보이고 있다. ‘신데렐라’ 등을 연출한 이창순 PD의 ‘가을에 만난 남자’가 지난해 12월 시청률 10% 내외였고, ‘국희’의 이승렬 PD가 만드는 드라마 ‘선물’도 10%를 겨우 넘었다. ‘세 친구’의 송창의 PD가 제작하는 ‘연인들’은 최근 시청률 저조로 주 2회에서 주 1회로 축소 편성됐다. 또 예능 프로그램이 대형화되면서 일선 PD들의 활동 영역이 작은 부분에 국한돼 새로운 포맷이 나오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TV제작2국의 한 책임PD는 “PD는 자기만의 스타일로 연출할 때 비로소 힘이 나는데 맡은 영역이 한 프로그램의 일부에 불과하면 의욕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느낌표’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간판 오락물들이 내세우는 공익성도 경쟁 프로그램들이 따라오면서 MBC 고유 브랜드가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MBC 일선 PD들은 이에 대해 “시청률이 바닥인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창의적 모험이 이뤄질만한 여건 등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 고위 간부는 “시청률 추락이 조직 문제 때문이 아니다”고 밝혀 입장의 괴리가 만만찮음을 드러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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