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방송가 '입조심' 한파…박경림 농담파문 확산 소송주의보

  • 입력 2001년 11월 28일 18시 38분


“입조심 해라. 수십억원 소송 당할라.”

인기 개그우먼 박경림(23)이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방송가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3일 SBS TV ‘두 남자쇼’에 탤런트 K씨와 함께 출연한 자리에서 “나도 화장품 CF를 했는데 그 회사가 망했다”는 그의 발언이 ‘30억원 송사’에 휘말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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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직후 박경림은 ‘두 남자쇼’와 KBS 2TV ‘행복채널’ 등을 통해 사과했지만 해당 화장품 회사는 27일 서울지법 남부지원과 서울지검 남부지청에 명예훼손과 신용훼손 혐의로 형사고소하고, 민사상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박경림측은 “수 차례 정중하게 사과한 만큼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의 매니저 이주연씨는 28일 “화장품 회사 사장은 식구들과도 친한 사이였고 경림이의 후속 모델까지 상의할 정도였다”며 “방송 직후 말 실수를 한 부분에 대해 ‘죄송하다’고 전했고 사장님도 회사 사람들을 설득해 보겠다고 했지만 소송 직후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방송가에서는 ‘방송인의 자질 부족’이라는 비판론과 “그래도 농담이었는데 30억원은 지나치다”는 옹호론이 엇갈리고 있다.

한 방송사 PD는 “박경림이 경솔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요즘 방송인으로 검증되지 않은 반짝 스타들을 영입하는 방송 풍토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다른 방송 관계자는 “이번 거액 송사가 방송 출연자들의 자유로운 발언과 표현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이민웅 교수는 “농담이었다 하더라도 해당 회사에 실질적인 피해를 주었다면 소송을 거는 것은 합당하다”며 “아무리 오락 프로그램이라도 품격있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방송 진행자나 출연자들이 인기를 끌기 위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거친 언어를 구사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를 걸러 내는 기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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