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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18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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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까지는 살을 뺀 것이 자신과의 철저한 싸움의 결과라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일념으로 뛰었습니다. 체력이 바닥난 뒤 나머지 구간은 아내가 약속한 다음번 우리 아기를 떠올리며 달렸습니다.”
그의 아내 옥소리는 4시간 30분 안에 골인한다면 첫딸 준이의 동생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것.
그는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 9개월간 딱 13일을 빼고는 하루 최소 10㎞이상을 뛰었다. 이로 인해 한때 120㎏까지 나가던 몸무게(신장 1m82)는 80㎏으로 무려 40㎏이나 줄었다.
한달 전쯤 검찰 수사관 10명이 집에 들이닥친 사건 이후 그의 마라톤에 대한 의지는 더욱 맹렬해졌다. 그들은 그가 체중감량을 위해 히로뽕을 투약했다는 제보를 받고 나왔다고 했다. 이 사건은 혈액 및 소변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와 수사관들의 사과로 끝났지만 자신과 가족이 받은 충격은 컸다.
하지만 달리는 동안 그런 미움은 다 씻겼다. 대신 그 자리를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채웠다. 그는 11월에 열리는 뉴욕마라톤대회에서 다시 4시간 30분의 기록에 도전한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