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백의종군 할 각오", 프리선언한 아나운서 임성민

  • 입력 2001년 3월 5일 18시 35분


“뉴스 교양 오락 드라마 가요를 아우르는 종합 엔터테이너가 제 목표입니다.”

KBS 아나운서 임성민(31)이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2월28일 사표가 수리돼 공교롭게도 3·1절에 맞춰 독립한 그는 “MC와 연기는 물론 음반도 내고 뮤지컬에도 도전하고 싶다”며 본격적인 크로스오버 활동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사실 그의 이력을 보면 이는 예정된 코스였는지 모른다. 이화여대 영어교육과 출신으로 1994년 KBS 아나운서 20기로 입사한 임성민은 이에 앞서 91년 이병헌 등과 함께 KBS 공채 탤런트 14기로 합격했으나 부모의 반대로 연기자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그러나 아나운서를 하면서도 그의 ‘끼’는 다방면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97년 <쇼! 행운을 잡아라>에서 168㎝의 훤칠한 외모와는 딴판의 능청스런 코믹 연기를 펼치며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연예가 중계> <특종 비디오 저널> 등에서 능숙한 말솜씨로 ‘쇼맨쉽 뛰어난 아나운서’라는 평을 들었다. 한편으론 <뉴스광장>과 <뉴스라인> 등에선 차분한 진행을 선보이던 그는 지난해부터 KBS2의 청소년드라마 <학교>에서 선생님역을 맡아 꿈이었던 연기 영역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런 풍부한 재능으로 인해 한때 온갖 프로그램에 출연하느라 하루 세시간 밖에 못잘 정도로 바빴던 그는 KBS 아나운서실 내부에서 ‘아나운서의 본령을 되찾자’는 움직임이 일면서 본의 아니게 손발이 묶이는 신세가 됐다.

“방송사 안에 묶여 있다보니 아무래도 기존 방송의 틀을 깨기가 힘들더라구요. 영화나 광고 출연섭외가 들어와도 쉽게 응할 수 없고….”

하지만 이미 프리랜서를 선언한 선배들에 비하면 그는 뚜렷한 간판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이번 선택이 일종의 모험일 수도 있다.

“솔직이 백의종군한다는 기분이에요. 제가 가려는 길은 순전히 저 혼자 개척해야하는 길이니까요. 하지만 그만큼 성취감은 크지 않겠어요.”

그런 그의 앞길을 예고라도 하는 것일까.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그가 맡게될 첫 프로그램 은 13일 KBS2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영될 <생존 퀴즈, 예측불허>다.

8년간의 방송현장 경험을 일기형식으로 쓴 자전적 에세이 <내 젊음의 봄 여름 가을 겨울>(가제)의 출간도 앞둔 그의 궁극적 목표는 오프라 윈프리같은 방송인.

10년, 20년후 계획까지 세워뒀다는 그에게 결혼은 언제쯤 할 계획이냐고 묻자 “결혼 때문에 내 꿈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남자를 만날 때”라며 얼굴을 붉혔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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