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 작가]세계가 주목하는 설치미술가 이불

  • 입력 2001년 1월 9일 19시 15분


1999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 수상 이후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설치작가 이불(36)은 2001년이 어느 해보다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다.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캡슐 형태의 노래방과 사이보그를 선보였던 그는 지난해에도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파리 퐁피두 센터 기획전에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을 좀더 진전시킨 작품을 전시했으며 일본 니이가타 프로젝트전에서는 연못 위에 ‘크리스탈 인간’을 띄워놓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의 이같은 작업에 대해 세계 미술관이나 화랑들이 부쩍 관심을 보이면서 올해에는 더욱 일이 많아졌다. 미국 5건, 유럽 2건, 일본 2건 등 세계 각국에서 10여건의 전시를 소화해야 하는 빠듯한 일정을 갖고 있는 것. 거의 매달 세계 곳곳에서 전시를 여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년 중 절반은 해외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미술관측과 작품 설계협의, 전시장에 작품 설치, 개관식 참석 등으로 외국에서 바쁘게 지내고 남는 시간에 서울에서 작품을 제작한다. 그래서 올해 그는 국내 전시는 아예 엄두도 못내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근처의 한 건물 지하에 자리잡은 그의 작업실. 40여평의 이 공간에서 그는 2월15일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개인전에 내보내기 위해 작품들에 마지막 손질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식물 곤충 새우 로봇 등 여러 형태를 포괄하고 있는 듯한 이른바 ‘몬스터’를 조립하는가 하면 인조인간 모습의 ‘사이보그’를 꼼곰히 점검하고 있었다.

“모두 28점의 작품들을 만들고 있어요. 작품들이 크고 수가 많아 집(성북동)에 있는 작업장으로는 비좁아 이 장소를 임대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빈 전시회에서는 이 중 5점을 내놓을 겁니다.”

그는 오는 9월 터키의 이스탄불 비엔날레에서 자신의 ‘몬스터’ 시리즈과 일본의 유명한 고전 애니메이션 ‘고스트 인 더 쉘(ghost in the shell)’의 이미지를 결합시킨 설치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7월 런던의 몇몇 미술관에서는 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오딧세이 2001’의 한 장면을 재현한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묻자 “나중에 다 알게 될 텐데요, 뭘”하며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설치작품은 전시회 발표 직전까지 어느 정도 베일에 가려져 있어야 관객 들앞에서 작품 효과를 배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유분방한 그의 상상력 밑바닥에는 ‘권력관계의 역사적 실상을 보여준다’는 문제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같은 문제의식이 올해에는 어떤 모습으로 형상화될지 궁금해진다.

그의 작업실에는 소파나 의자가 없다. 그래서 기자도 바닥에 한 시간 가까이 쪼그려 앉아 그를 인터뷰해야 했다. 아예 앉지 않고 서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계속 일만 하려고 의자를 갖다놓지 않았다는 게 설명이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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