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리뷰]"돌려줘, 내 이홍렬쇼!"

  • 입력 2000년 10월 30일 15시 41분


우, 「이홍렬쇼」가 달라졌다.

월요일 밤에서 토요일밤으로 자리를 옮겨서일까? 토요일답게 새단장을 한 것인지, 요즘 방송 트렌드를 따른 것인지, 난 모르겠다. 아무튼 달라졌다.

내가 「이홍렬쇼」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홍렬 아저씨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홍렬 아저씨를 좋아하는 이유는 "당신이 이랬잖아, 저랬잖아!" 그따위 소리 안하고 나를 웃겨주는 거의 유일한 개그맨이기 때문이다. 일주일 내내 서너명씩 주루루 서서 서로 씹어대고 놀려대는(그런 걸 스탠딩 개그라 해줘야하나?) 오락 프로그램에 어지간히 질려버린 나에게 이홍렬 아저씨의 정감있는 재치는 얼마나 고마웠는지...

또 이홍렬 아저씨의 토크쇼엔 정말 토크가 있었다. 난 토크쇼에 패널이 여럿 붙어서 게스트보다 말을 더 많이 하거나 아예 토크박스처럼 "너 고만큼 웃겨줬냐? 난 이만큼 웃겨볼란다"는 식의 토크쇼는 진짜 토크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이홍렬쇼」에선 출연자들이 조분조분 자기 얘기를 늘어놓았고 그 얘기가 좀 식상하더라도 참고 들어줄 수 있을만큼 사이사이 재미있는 코너도 많고 그랬다.

그런데 이 all new「이홍렬쇼」는? 오프닝을 이홍렬 아저씨가 하니「이홍렬쇼」는 맞는 것 같은데 내가 알던「이홍렬 쇼」가 아니다. 이홍렬 아저씨가 "당신이 그랬잖아!"라고 소리치지는 않지만 패널들이 그보다 심한 소리도 알아서 다 한다. 패널들도 다 그 밥에 그 나물, 별 매력없다. 이홍렬 아저씨가 중심을 잡는다지만 방방 뜨는 건 어쩔 수 없다.

특히 <참참참>의 변화는 눈물난다. 난 <참참참>을 보면 늘 부모님이 여행가신 틈을 타 친구네 집에 가서 떡복이라도 만들어 먹으며 즐겁게 수다떨던 추억을 떠올렸었다. 이홍렬 아저씨가 출연자와 실수도 해가며 조물락조물락 요리를 만들어내고, 그냥 살아가는 얘기를 하는 걸 보면 그 출연자가 내 친구라도 된 듯 "야, 솔직히 얘기해봐..."라고 말을 걸고 싶어질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대결! 참참참>에선 이 정다운 수다가 소란스러운 게임으로 바뀌었다. 한가지 요리를 니 솜씨, 내 솜씨로 요리해 맛보던 재미는 사라지고 난 내 요리, 넌 니 요리로 승부를 가른다. 물론 승부에는 벌칙이 있다. 요즘은 벌칙없으면 오락 프로그램이 안되나 보다. 요리를 하는 중간에는 혹시라도 시청자들이 지루할까 패널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이게 맛있을까, 저게 맛있을까 가늠한다. 한시도 쉴 틈이 없다.

새 단장을 마친 「이홍렬쇼」를 본 느낌은? 부푼 기대를 안고 원조 할머니네 족발집에 갔더니 할머니는 카운터에 앉아 계산만 하시고 족발은 신참 주방장이 만들어주는 격이랄까. 그 맛이 절대 예전의 그 맛이 아닌거다. 통할까 모르겠지만 이요원처럼 섹시하게 주장하고 싶다. "돌려줘, 내 이홍렬쇼".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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