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SBS '줄리엣의…' 차태현 코믹연기 "애드립으로 승부"

  • 입력 2000년 9월 13일 18시 45분


“저는 천상 TV 드라마 체질이에요. 똑같은 연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하는 연극은 지루해서 도저히 못할 것 같고요. 영화는 좀 더 성숙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14일 첫방영되는 SBS 드라마스페셜(수 목 밤 9·55) ‘줄리엣의 남자’로 9개월만에 안방극장을 찾은 탤런트 차태현(24)은 그만큼 순발력 연기의 맛에 빠져 있었다.

명동 사채시장 큰손의 외동손자로 할아버지가 1000억원의 전재산을 국가에 헌납, 거지신세가 된 ‘장기풍’으로 분한 그는 첫회분 시사회에서 ‘할배, 할배!’를 외치며 좌충우돌하는 자신의 코믹연기를 보면서 연신 폭소를 터뜨렸다.

“저는 대본을 볼 때도 일부러 다른 사람 것은 거의 안봅니다. 다 알고 보면 드라마 보는 재미가 없잖아요.”

이번 드라마에서도 그의 대사나 연기는 많은 부분이 애드립(즉흥연기)으로 이뤄졌다.

“똑같은 연기를 두 번 하려면 벌써 지루해지기 때문에 연기할 때마다 조금씩 바꿔요. 그래서 리허설 때 연기가 더 나은 경우도 많아요.”

그는 특히 ‘해피 투게더’에서 코믹연기의 찰떡 궁합을 보여줬던 조재현과 다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즐거운 듯 그가 나오는 부분에서 시사장이 떠나가라 웃음을 터뜨렸다.

“재현이형의 애드립은 예측불가예요. 둘이서 연기 맞대결을 펼칠 때는 서로 비장의 애드립을 감춰뒀다가 터뜨리기 때문에 촬영장이 웃음바다가 되기 일쑤죠.”

지루한 것을 도저히 못참아 일일드라마도 싫다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시간이 가장 짧은 광고다.

“온갖 애드립을 펼칠 수 있고 지루하지 않아서 제일 맘이 편합니다.”

하지만 ‘줄리엣의 남자’는 그와 조재현의 코믹연기가 너무 지나쳐 개그맨들이 끌고가는 ‘테마극장’ 류를 보는 듯한 인상이 강했다. 제작진도 여성을 비하하는 ‘깔치’라는 대사나 컴퓨터합성으로 김대중대통령과 장기풍의 할아버지(신구)가 악수를 나누는 장면들이 어떻게 비칠까 내심 걱정하는 모습.

하지만 ‘애드립의 황태자’는 1년여간 DJ를 맡아온 KBS ‘차태현의 FM인기가요’ 마지막 편(13일)에 출연할 용띠 연예인친구들의 섭외를 더 고민했다. 결국 홍경인 유승준 김종국이 ‘애드립’에 걸려 그의 마지막 무대를 빛내줬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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