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김수환추기경-'쌈장' 인터넷 대화 나눠

  • 입력 2000년 8월 30일 20시 13분


영성(靈性)’과 ‘디지털’의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화상대담. 김수환(金壽煥·78)추기경은 30일 서울 서강대 가브리엘관 멀티미디어실에 앉아 서울 양재동 청오정보통신 사무실에 있는 프로게이머 ‘쌈장’ 이기석군(20)과 화상으로 얼굴을 마주보며 40여분간 대화했다. 다음은 주요 대화내용.

김추기경(cardinalardinal 이하C):게임과 친구를 만나 얘기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재미있나.

이군(ssamjang 이하S):친구와 아무 주제없이 잡담만 하는 것보다는 게임이 나은데…. 그렇다고 게임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C:인생이 게임이라 할 수 있지만 컴퓨터 게임만 해서 인생을 의미있게 살 수 있는가.

S:게임은 단지 수만가지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것에 목숨을 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C:(놀란 듯)아.그래. 뭣 때문에

S:해해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얘기죠.

C:컴퓨터가 싫을 때는 없는가.

S:컴퓨터만 하는 것은 싫어요.

C:컴퓨터 게임을 하면 한번에 수억원도 번다는데….돈은 의미있는데 쓰고 있지. 남을 돕는다든지.

S:아뇨.

C:(실망한 듯)이군 얼굴을 보니까 착하게 보여서 그럴 줄 알았는데….

S:남을 돕는데 모두 쓰진 않지만 도와줘야겠다고 맘이 들면 많이 돕는 편이죠. 어제는 헌혈도 했고요.

C:우리 어른들에게 뭘 바라는 게 없는가.

S:그저께 청소년 동성애자 취재를 갔었는데요. 동성애자라면 변태라고 하면서 정신질환으로까지 보잖아요.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대상이 단지 동성이라는 뿐이예요. 하지만 사회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아요.

C:같은 인간으로서 이해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구만. 참 좋다고 보여. 이군은 갖고 있는 꿈이 무엇인가.

S:영웅이 되고 싶어요.

C:어떤 영웅. 나폴레옹 같은 영웅 아니면 징기스칸 같은 영웅.

S:아직은 (뭐라 말하기에) 부족하고요.

C:이군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사회는.

S:잠시만요.(침묵) 방금 전화가 와서 껐어요. 아름다운 사회라…. 아직 그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해봤어요.

C:전화가 많이 오는 모양이지. 전화 때문에 스트레스 안받나.

S:일 전화는 싫고요. 정든 사람한테서 전화오는 것은 좋아요.

C:컴퓨터로 만나는 것도 좋지만 얼굴을 맞대고 만나면 좋겠다. 우리 언제 만날 수 없나.

S:좋죠. 약속을 잡아보죠. 벙개(번개).

C:벙개가 뭐지

S:갑자기 만나는 게 벙개예요.

C:그럼 벼락은 뭔가.

S:하∼*^^

C:이군이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은.

S:전쟁게임이에요. 스타크래프트라고 해요.

C:어떻게 하는지 상상이 잘 안가는데….

S:작전을 짜고 무기를 잘 운용하고 빈틈을 노리는 거죠.

C:나중에 사관학교에 들어가서 육군참모총장이 되면 좋겠구만.

S:통일되면….필요없잖아요. 제 주변에 군대 안가려고 통일까지 연기하는 사람도 있어요.

C:북한은 인터넷을 통제한다는데 그 벽을 허무는 작전을 세워보게.

S:북한 젊은이들이 인터넷할 사정이 안되는 것 같은데요. 휴전선에 석유나면 북한도 부자가 되고 그러면 변할 거예요.

C:(진지하게) 휴전선은 개발하는 것보다 아름답게 보전해서….

S:(말을 끊으며) 농담이에요.

C:아직은 휴전선이 쉽게 없어질 것 같지 않네. 이군 우리 언제 벙개 꼭 하지.

S:추기경님 안녕히 계세요.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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