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마음 백구>리뷰

  • 입력 2000년 8월 5일 14시 47분


<줄거리>

푸른 바다에 둘러싸인 평화로운 섬 조도.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리는 겨울날 아기 진돗개들이 태어난다. 태어나자마자 엄마 개와 헤어져 주인 아저씨의 자전거에 실려 어디론가 팔려가던 어린 진돗개 한 마리. 자전거가 넘어지면서 밖으로 나와 길을 잃는다.

근처에서 눈싸움을 하던 솔이는 눈덩이처럼 하얀 아기 진돗개를 발견하고 정을 느낀다. 아내를 일찍 여읜 어부 아버지와 오빠 동이와 함께 사는 솔이는 몸은 약하지만 착한 성격의 소녀. 백구라 이름 붙인 진돗개 강아지를 마치 친동생처럼 아끼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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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화목한 세 식구에게 곧 엄청난 불행이 닥친다. 거친 파도에도 불구하고 고기잡이를 위해 바다에 나갔던 아버지가 파도에 쓸려 실종된 것. 이제 세상에 홀로 남게 된 동이와 솔이 남매의 앞에는 힘든 삶이 기다리고 있다.

<하얀 마음 백구>의 기둥 줄거리만 보면 <엄마 없는 하늘 아래>와 같은 70년대 국산 최루 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갑작스런 사고로 부모를 잃고 소년 가장이 된 어린 남매란 설정은 사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너무나 자주 접한 소재. 과연 이런 이야기로 '포켓몬'과 '짱구'에 열광하는 어린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3회 분량만 보면 <하얀 마음 백구>에서는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였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밝은 풍광. 겨울 바닷가의 시원스런 모습과 하늘을 나는 새, 산모퉁이를 여유롭게 돌아드는 마을길 등이 단조롭고 기계적인 배경으로 일관하던 과거의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자칫 어둡고 침울한 전개가 될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아이들의 정서에 맞게 발랄하고 경쾌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려는 연출의도도 눈에 띤다. 특히 초반 솔이와 동네 아이들이 소나무가 우거진 바닷가 언덕에서 벌이는 눈싸움 장면이나 어린 백구와 멧돼지떼가 맞서는 장면 등은 적절한 타이밍의 장면전개가 돋보였다.

그동안 국산 TV 시리즈가 캐릭터의 동작 표현에서 왠지 어색하고 딱딱한 움직임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대담한 움직임과 비교적 여유있는 동선이 보는 사람을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특히 시리즈의 전반부에 등장하는 어린 백구는 친근함과 귀여움을 두루 갖춰 '둘리' 이후 오랜만에 성공이 기대되는 국산 캐릭터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애니메이션 세세한 부분의 묘사에서 깔끔한 마무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옥의 티. 시대적 배경은 80년대이면서 아이들이 입고 나오는 옷이 90년대 중반 이후에 유행한 패딩 조끼나 더플 코트, 모자가 달린 트레이닝 셔츠인 것은 제작과정에서 겪었던 우여곡절을 감안해도 눈에 거슬리는 부분. 이밖에 솔이의 집 묘사나 학교 장면에서도 전체 화면과 인물의 대비가 잘 맞지 않는 점도 눈에 띤다.

그러나 이러한 자잘한 부분보다 더 걱정이 되는 것은 소재가 주는 인물과 이야기의 상투성. 제작진이 피하려고 애쓴 노력은 있지만 여전히 '엄마 없는 하늘아래' 류의 전형적인 이야기 틀에 매인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꺼칠한 얼굴에 듬성듬성 난 수염, 그늘지고 표정에 허름한 옷차림으로 대표되는 솔이 아버지의 모습은 7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런 류의 작품에 늘 등장하던 '친숙한' 모습이다. 검은 선글라스에 승용차를 타고 나타난 투견업자도 그런 상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캐릭터 설정이 지나치게 안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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