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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5월 18일 19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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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은 이런 풍경대로, 그리고 제목대로 가볍고 익숙한 ‘SBS표’ 솜사탕 드라마다. 웨딩 기획사 직원인 현수(김규리 분)는 지금까지 75쌍의 커플을 ‘만들어 낸’ 능력있는 커리어 우먼이지만 개인적으론 아픔을 간직한 아가씨. 영훈(송승헌)은 껄렁껄렁하고 겉으로는 퉁명스럽지만 풍부한 감성의 사진 작가. 둘은 영훈이 웨딩 기획사에 임시로 고용되면서 만나고, 영훈이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나침반을 계기로 밀고 당기는 사랑 게임을 펼치게 된다.
하지만 ‘팝콘’은 장PD의 이전 트렌디 드라마의 핵심 구도였던 뚜렷한 선악의 이분법은 포기해, 과거 수목드라마의 연장 선상에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기획자 이강훈 책임프로듀서는 “‘팝콘’에는 콩쥐만 있고 팥쥐는 없어, 악역에서 뽑아낼 수 있는 시청률은 없다”고 말한다. ‘미스터Q(1998년)’에서는 송윤아가, ‘토마토’(1999년)에서는 김지영이 방금 만화에서 튀어 나온 듯한 악역을 맡아 드라마의 상당 부분을 이끌어나갔다.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리얼리티에 신경써야 할 판”이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팝콘’이 이렇게 시청률로 검증된 구도를 포기한 데에는 당연히 캐스팅될 것으로 알려진 김희선의 중도 하차가 큰 이유가 됐다. 김희선으로 ‘미스터Q’ ‘토마토’를 연속 히트시킨 장PD는 방송가에서 김희선의 어머니와 ‘24시간 핫라인’을 열고 있는 몇 안되는 인물. 하지만 김희선이 주연을 맡은 SF 영화 ‘비천무’의 개봉 일자가 ‘팝콘’의 방송 시점과 겹치자 영화 홍보에 주력해야한다는 이유로 드라마 출연을 고사했다. 때문에 제작진은 시놉시스 자체를 수정했고, 드라마의 초점을 송승헌에 집중했다. “드라마의 60% 이상이 (송)승헌이에게 달려 있다”는 것이 장PD의 설명. 이에 송승헌은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해 뭔가 될 것 같다”고 말한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