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인勞組 '女연예인 매춘고발' 프로방영 정면충돌

  • 입력 2000년 5월 1일 23시 38분


SBS TV가 2일 시사고발 프로그램 ‘뉴스 추적’(밤10·55)을 통해 소문으로만 나돌던 연예인 매춘 실상을 고발하기로 하자 연예인들이 SBS 프로그램 출연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히는 등 방송사와 연예인간의 정면 충돌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TV 연기자들의 이익단체인 한국방송연예인노동조합 이경호(李慶浩·탤런트)위원장은 “2일 오전 이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SBS 이남기(李南基)보도본부장을 찾아가 방송 중단을 요구할 것”이라며 “방송이 예정대로 나간다면 노조 소속 연기자 2080명이 즉각 SBS 프로그램 출연 거부에 들어가겠다”고 1일 밝혔다.

▼"방송땐 출연 거부"▼

이위원장은 또 “연예인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방송사가 이런 내용의 프로그램을 준비한 취지를 이해할 수 없다”며 “극히 일부에서 이뤄질 수 있는 일로 연예인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연예인을 비하하는 방송사의 마인드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연예인노조 박철(朴哲·탤런트)부위원장은 1일 이 프로그램의 기획자인 SBS 안상륜(安相倫)보도제작2부장을 만나 “노조 차원에서 자체 징계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방송을 통해 알리겠다는 것은 방송의 또 다른 상업주의에 불과한 것”이라며 “만일 방송이 나가면 방송사 PD들의 수뢰사건과 연예인에 대한 성(性) 상납요구 등을 폭로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본후 수위 조절"▼

이에 대해 안부장은 “음성 변조와 모자이크 처리는 물론, 필요에 따라 컴퓨터그래픽으로 얼굴 전체를 변조해 철저히 신분을 보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부장은“보도 내용이 알려진 후 인터뷰했던 연예인들이 빼달라고 요청해 오고 있어 보도 수위가 예상보다 낮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남기보도본부장도 “프로그램을 미리 본 후 2일 오전 중 수위를 조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프로의 방영을 앞두고 SBS 내부에서는 오락프로와 드라마 등 연예인과의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제작되는 프로그램이 많은 상황에서 연예인들의 집단 반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예능PD는 “방영 이후 연예인 출연 교섭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연예인 매춘을 전문적으로 알선해주는 브로커의 증언을 토대로 실상을 추적하고 있다. ‘매춘 브로커’로 알려진 모 기획사 사장을 통해 1000만원이면 연예인과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는 얘기를 들려준다. 이 브로커에 따르면 ‘매춘 행위’는 점조직으로 이뤄져 극도의 보안 속에서 아는 사람들끼리만 은밀하게 진행돼 연예인들끼리도 누가 누구와 관계를 가졌는 지는 소문으로만 알 수 있다는 것. 제작진은 이 브로커를 통해 ‘손님’으로 위장한 채 연예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밝힌다.

제작진은 브로커를 통해 하룻밤 대가로 백지 수표를 제의받았다는 20대 인기 에로영화 배우 A양의 고백과 매춘 사실을 시인한 여자 연기자 B양의 육성 증언 등을 내보낼 계획이다. ‘뉴스 추적’ 기획자인 안부장은 “‘화대’를 주고 연예인과 관계를 가진 이들은 대개 재벌 2세 또는 재계 인사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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