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특별기획, 디지털 고선명 TV프로 오늘 첫 방송

  • 입력 2000년 1월 13일 19시 11분


올해 시험방송을 거쳐 내년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지상파 디지털 방송이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MBC가 14일 국내 방송사로는 처음으로 디지털 HDTV(High Definition·고선명)용 프로를 방송한다. ‘MBC특별기획 드라마-사랑한다고 말해봤니?’(밤 9·55).

디지털 HDTV는 TV의 화질을 결정짓는 화소(畵素·화면의 입자)가 현재의 아날로그 TV(약 31만개)보다 6배 이상 많은 200여만개로 구성돼 출연자의 땀구멍도 포착할 정도다. 무궁화위성을 통해 방송되는 KBS와 EBS의 위성방송도 약 35만개의 화소를 담고 있는 SDTV(Standard Definition·표준화질) 수준. 영화로 치면 HDTV는 35㎜, SDTV는 16㎜ 쯤 된다. MBC는 이 프로를 제작하기 위해 제작비를 50% 늘려 HDTV 전용 카메라, 편집기, 컴퓨터그래픽 장비 등을 마련했다. 또 화질의 극대화를 위해 스튜디오 촬영 대신 먼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강원도에서 야외 촬영을 했다.

하지만 이 프로는 현재 500만원을 호가하는 HDTV를 통해서만 제 화질을 감상할 수 있다. 아날로그 TV에 디지털 TV 수신용 셋톱박스를 설치하면 볼 수 있지만, 아직 국내에는 ‘보급 단계’가 아니다. 또 HDTV는 가로, 세로 화면비가 16:9이기 때문에 4:3인 일반 TV로 볼 때는 화면의 위 아래가 일부분 잘리는 ‘레터박스’가 발생해 보기에 불편할 수도 있다. MBC는 삼성전자의 협조로 공항 역 등 공공 장소 200여곳에 HDTV를 임시로 설치했다.

하지만 98년부터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시작한 미국도 NBC 인기 토크쇼인 ‘투나잇 쇼’를 HDTV 체제로 전환해 제작하는 것 외에는 변변한 ‘디지털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방송사가 기존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된 프로를 디지털화(Up-Converting)해 방송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MBC의 작업은 의미있는 일이다.

MBC 편성실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 방송을 위한 하드웨어만큼 그 안에 채워넣을 소프트웨어의 제작 노하우를 축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공중파 3사가 디지털 방송을 위한 최소 자금이라고 밝힌 액수는 대략 1조 6천억원이 넘는다. KBS가 1조 300억원, MBC가 4000억원, SBS가 2000억원이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