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시트콤 「순풍산부인과」 300회 순항

  • 입력 1999년 5월 20일 19시 23분


21일로 3백번째 웃음을 던져주는 SBS 인기시트콤 ‘순풍산부인과’(JJ프로덕션 제작. 평일 밤9·25)는 사실 ‘연구대상’ 프로그램이다.

코미디의 ‘ABC’로 꼽히는 긴장과 이완의 반복도 희미하다. 청춘스타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지명 박영규 등 베테랑급이 있지만 광고료가 가장 비싼 SA시간대에 배치할 만한 ‘우량주’는 아니다.

하지만 ‘순풍…’은 타방송사 메인뉴스 시간과 맞붙으면서도 시청률 20%대를 꾸준히 유지하더니 어느새 취약시간대인 밤8∼10시대의 버팀목이 됐다. ‘순풍…’의 인기비결을 무엇일까.

▽천의무봉의 승리〓주력으로 내세울 캐릭터가 없다보니 방영초반에는 톡톡 튀는 소재를 찾았다는 당시 이남기예능국장(현 보도본부장)의 술회. 그러다 제작진은 ‘부자연스러움’으로는 시청자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고 무조건 일상에서 소재를 찾기로 했다.

“때로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봐야 할 만큼 궁색한 서민의 모습도 여과없이 담으려 했다”는 김병욱PD. ‘빈대 인간’영규(박영규)가 총대를 멨다. 배달주문한 피자에서 머리카락이 나오자 종업원을 윽박질러 피자 한판 더 받아내기, 사업망하고 학원에 영어강사로 ‘위장취업’했다가 미국에서 살다온 학생에게 망신당하기 등등.

▽무 메시지의 승리〓“‘순풍…’은 재미있지만 정말 곱씹을 만한 것이 없다.”(MBC예능국의 중견PD). 반대로 그만큼 시청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미덕이 있다.

“방영시작 시점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가 터진 직후라 무메시지 전략이 먹혀들었다. 뉴스를 보다 골치가 아파진 시청자들이 적잖이 ‘순풍…’으로 채널을 돌렸을 것.”(KBS코미디전문 김모PD)

그러나 김병욱PD는 “아무 생각없는 시트콤은 아니다. ‘순풍…’을 통해 일상을 반추하고 하루를 정리할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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