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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3월 21일 21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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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밀레니엄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MBC의 일일극 ‘보고 또 보고’(월∼금 밤8·25)가 빚어내는 마술이다. 요즘 볼거리와 놀거리가 좀 많은가. 리모컨으로 선택할 수 있는 채널 수만 해도 케이블과 위성TV 등을 합하면 30여개에 이르는데….
92년부터 시청률집계를 시작한 미디어서비스코리아(MSK)가 ‘일일극 사상 최고의 시청률’이라고 밝힌 이 드라마가 4월2일 은주(김지수 분)의 임신과 출산을 담은 2백73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MSK에 따르면 21일 현재 이 드라마의 평균 시청률은 약 44.6%(점유율 60%). 지난해 10월12일 방영분에서는 57.3%(점유율 73%)로 일일극 회당 시청률에서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단연 ‘밥상머리 사회학’ 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보고…’는 엄청난 반향에도 불구하고 방송 담당기자들이 투표로 선정한 98년 ‘최악의 드라마’로 뽑히는 등 ‘드라마 마약론’ 내지 ‘드라마 공해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방송가에서는 이 드라마가 무려 열달 가까이 시청률 1등을 달릴 수 있던 이유를 결혼, 그것도 일일극으로서는 파격적 소재인 겹사돈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찾고 있다.
최상식KBS드라마국장은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의 인물과 이야기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결혼은 10대부터 나이든 세대까지 가장 쉽게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주제”라고 말했다.
여기에 시청자들을 ‘애증의 감정’에까지 몰아넣은 것은 ‘여우형’ 은주와 ‘공주형’ 금주(윤해영) 자매의 캐릭터다.
이들은 ‘드라마 주인공은 착하고 예쁜 여자’ ‘조역은 못된 여자’라는 TV의 고정관념을 깨고 실제 집안식구들끼리만 알 수 있는 인간의 적나라한 본성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결혼하겠다고 작심한 남자 앞에서는 천사처럼 굴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표독하게 변신하는 은주의 모습은 식구들의 저녁밥상에 더없이 짭짤한 반찬이었다. 게다가 무능한 남편―잘난 아내, 아내를 우습게 아는 남편―허영심강한 아내 등 생생한 캐릭터묘사도 시청자를 사로잡는데 한몫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말 종영될 예정이었던 이 드라마는 시청률 덕에 다시 6개월정도 연장되면서 겹사돈은 물론 명원(박용하)과 영미(장유정) 승미(성현아) 자매를 차례로 연결시키는 무리수로 PC통신의 네티즌과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또 극적 과장을 감안해도 무리한 ‘짝짓기’를 반복하는데다 가족간의 반목,여성비하 등 비정상적인 가정상을 다뤄 MBC가 추구하겠다고 밝힌 공영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보고…’의 외형적 성공은 밤 8시대 일일극을 선봉장으로 전개되는 ‘시청률 전쟁’이 지속되는 한 비슷한 류의 드라마가 또다시 나올수 밖에 없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