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높은 프로그램-구조개혁 이뤄야 공영방송』

입력 1999-01-19 19:45수정 2009-09-2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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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공영방송을 하기 위해 수신료를 올려야겠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방송개혁위원회와 시민단체 학계에서는 수신료 인상을 거론하기 전에 제대로된 공영방송을 먼저 실시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하고 있다. KBS의 수신료 인상 요구는 과연 정당한가.

18일 박권상 KBS사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광고를 통한 재원조달은 방송을 시청률에 얽매이게 해 공영성을 제약할 수 있다”며 “재원구조를 공영화하기 위한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날 강원용 방송개혁위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KBS가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만들고난 다음 시청료인상을 요청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KBS 2TV의 분리 문제에 대해서도 박권상사장은 “국가 기간방송이므로 채널 2개는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강원용위원장은 “2TV는 상업방송인 SBS와 다를 것이 없다. 공영다운 공영방송을 하지 못할 바에는 1공영 다(多)민영체제도 검토대상”이라고 지적했다.

KBS의 수신료 인상 요구가 정당한지의 여부는 KBS가 그간 개혁과 공영성 강화라는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가를 짚어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의 개혁을 살펴보면 공영성 달성은 아직 멀었다는 것이 방송가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25일부터 시행되는 프로그램 개편에서도 시청률이 높은 ‘뮤직뱅크’ ‘서세원쇼’ ‘코미디 세상만사’ ‘연예가중계’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 ‘시사터치 코미디파일’ 등 상업방송과 다를 바 없는 오락프로들은 살아 남았다.

1TV에도 문제는 여전하다. 최근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방영, 의학계의 반발과 노골적인 상업성으로 물의를 빚은 ‘암은 정복된다’가 대표적인 경우. 또 10분당 1천6백여만원으로 KBS에서 최고 제작비를 쏟아붓는 1TV의 대하드라마 ‘왕과 비’는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을 합리화하는 왜곡된 역사해석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조직구조)의 개혁조차 완전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구조조정 발표이후 조직이 26% 감축됐다지만 국단위가 42%, 부단위가 30% 줄어든 MBC에 비한다면 소폭에 불과하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본부의 수를 줄였다고는 해도 기술 경영 등 행정직 조직의 과점상태는 그대로인, 과시용 구조조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계열사인 문화사업단이 더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고 △제작단과 영상사업단의 업무가 서로 중복되며 △아트비전의 경우 총매출액의 92.9%를 본사에 의존하고 있어 기획예산위원회의 공기업 구조조정 기준에 비춰본다면 아웃소싱의 대상일 될 만큼 방만한 운영이 지적됐다. 이같은 감사를 받고도 KBS는 현재 계열사를 3개군으로 통합한다는 원칙만 세워 두었을 뿐이다. 80년대 정치인들의 민원으로 난립된 지방 방송국 역시 대전과 공주는 40분 거리에 위치하는 등 통폐합해도 무리가 없는 지역이 많은데도 KBS는 숫자를 그대로 유지한채 총국을 강화하고 지역국은 기능을 축소한다는 정도의 계획만 갖고 있다.

또 정부가 영상산업 발전을 위해 책정한 외주제작비율(현 20%)과 관련해서도 지난해 국정감사 결과 36개 외주제작프로 가운데 19개가 KBS의 계열사와 지방 방송국에 준‘내부거래’인 것으로 밝혀졌다.

방송 관계자들은 “공영방송이라면 재정구조도 공영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현재의 KBS가 재정구조 공영화를 위한 수신료 인상 절차를 밟을 만큼 프로그램과 운영에서 구태를 벗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희경·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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