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신세대 사로잡는 「20세기말 영상언어」

입력 1998-09-27 18:29수정 2009-09-2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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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5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올림픽 체조경기장. 음악전문 케이블TV m·net(채널27)이 국내최초로 개최한 뮤직비디오 콘테스트에는 ‘수용자’에 머물기를 거부하는 뮤직비디오 마니아들이 무려 1백60편이 넘는 ‘작품’을 들고와 관계자들을 놀라게했다.

당시 ‘엘도라도’란 뮤직비디오로 우수상을 수상한 허 선씨(24·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요즘 영상세대에게 뮤직비디오는 하나의 담론(談論)이자 화두다. 형식에 구애받지도 않고 5분이하의 짧은 러닝타임에 호흡이 매력적이다.”

90년대말, 영상세대의 화두는 이렇게 TV와 영화에서 뮤직비디오로 옮겨가고 있다. 그리고 이들 신세대가 일으키는 ‘뮤직비디오 광풍(狂風)’의 한복판에는 ‘뮤직비디오계의 제왕’ 홍종호(30)가 있다.

95년부터 지금까지 그가 ‘휘몰아치듯’ 만들어낸 뮤직비디오는 무려 2백여편. 편당 1천만원이하의 제작비, 2주일도 안되는 제작기간 등 열악한 업계의 여건을 고려하면 ‘기록적인’다작이다. 대표작인 서태지와아이들의 ‘컴백홈’(95년)은 96년 세계적 권위의 미국 ‘MTV 뮤직비디오 어워드’에서 아시아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일선PD들이 꼽는 ‘베스트5’는 대개 그의 작품이다. 뮤직비디오PD로는 유일하게 팬클럽을 갖고 있기도하다.

그를 보면 뮤직비디오가 보인다. 제도권 영상매체인 TV, 영화와 구별되는 ‘인디(독립)’와 ‘대안매체(Alternative Media)’인 뮤직비디오는 일반인과는 다른 ‘일탈궤도’를 그려온 그의 삶과 동색(同色)이다.

홍종호는 87년 부산공예고 사진과 졸업 후 그림을 그리다 우연히 방송일을 접했고 5년 넘게 허드렛일을 하고서야 촬영과 편집을 배웠다. 대개의 뮤직비디오PD들이 공중파에서 ‘건너온’것과는 전혀 다른 경력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95년), 지누션의 ‘가솔린’(97년)에서 보여준 일탈적인 편집은 그에겐 지극히 ‘평균’이고 홍종호는 “그것이 뮤직비디오 정신”이라고 설명한다.

그가 ‘뮤직비디오는 음악을 포장하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거부하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뮤직비디오는 이제 당당한 독립영상매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생각을 그는 작품속에 담긴 저항의 메시지를 통해 표출한다.

그래서 그는 좁게는 공중파방송국들이 ‘생각없이’행하는 뮤직비디오 심의, 넓게는 사회의 ‘비뚤어진 질서’에 흠집을 내려한다. H.O.T의 ‘We are the Future’(97년)를 통해서는 학교와 공부로 억압받는 중 고생들의 미래를 파격적인 영상에 담아 파장을 일으켰고, 최근 ‘업타운’의 ‘내안의 그대’에는 뜨거운 키스신을 ‘고의로’ 삽입했다. 물론 방송심의에서는 부분삭제 당했지만.

뮤직비디오 마니아의 대부분은 10대후반에서 20대초중반. “뮤직비디오 특유의 자유와 일탈성, 그리고 TV처럼 시청률이란 올가미가 없는 점이 젊은이들을 소비자인 동시에 창작자인 뮤직비디오 마니아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홍종호는 분석한다.

〈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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