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매니저,IMF여파 사무실닫고 『맨발로 뛴다』

  • 입력 1998년 3월 18일 19시 29분


가요계 오피스리스(Officeless)매니저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여파로 감량 경영이 불가피해지자 고정 경비가 만만찮게 드는 사무실을 닫고 나홀로 뛰고 있는 것.

음반 홍보는 방송 출연과 인터뷰 섭외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소속 가수가 많지 않으면 사무실은 고작 연락처에 불과하므로 감량 대상 0순위가 될 만하다. 대신 오피스리스족들은 전화나 호출기 등 비상 연락망을 24시간 열어놓고 늘 5분대기중이다.

가수 김현철의 매니저 김평희는 오피스리스족의 선두. IMF 사태직전 사무실을 닫고 밑에서 일하는 로드 매니저 두 명을 휴대전화 등으로 원격조종하기 시작했다. 자신도 현장을 직접 누비는 것은 물론.

그는 사무실을 닫은 뒤 임대료 전화료 인건비 등 월 1천만원 안팎의 고정경비 절감 효과를 본다고 전한다. “경비절감외에도 현장에서 직원들과 미팅하면 훨씬 더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자랑이다.

그룹 ‘녹색지대’의 소속사인 시티뮤직(대표 김범룡)도 최근 ‘나홀로’로 업태를 바꿨다. 새 음반이 나올 때까지는 몇달 남은 터라 공연히 빈 사무실을 열어둘 필요가 없다고.

김건모가 소속된 서인기획도 마찬가지. 김건모가 이번 계약을 끝으로 독립하자 사무실을 닫고 신인들의 음반 홍보는 ‘나홀로 식’으로 뛰고 있다. 김수근 신성우 등의 매니저도 오피스리스족.

매니저 친목단체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회장 엄용섭)에 따르면 최근 사무실을 없앤 곳이 30%정도. 엄회장은 “가요계에서 겉만 번지레한 사무실을 유지하는 것도 거품의 일종이었다”며 “벤처 기업적 속성이 있는 가요계야말로 ‘나홀로 홍보’가 경쟁력있는 사업형태”라고 말했다.

〈허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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