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을 줍고 또 주웠다.
그러던 어느날 『모델을 한번 해 보겠느냐』는 손님의 제의를 받았다. 얼떨결에 골프의류 광고카탈로그의 모델이 됐고 내친 김에 탤런트가 됐다.
정준호(27). 골프 연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프로 지망생의 인생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95년 MBC 공채24기로 연기생활을 시작한 그의 별명은 「주말극 전용배우」. 「동기간」 「가슴을 열어라」 등 MBC 주말극에 이어 지난달 22일부터 방영중인 SBS주말극 「아름다운 죄」의 주인공 철수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철수와 영희(조은숙)는 고교때 만나 첫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이 사랑은 철수의 아버지와 영희 어머니의 결혼이라는 만화같은 설정으로 뒤틀리기 시작했고, 철수의 아내(엄정화)가 영희를 죽이는 비극적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정준호는 『연기를 하면서도 철수의 처지라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며 『아주 미묘한 상황이라 연기하기가 무척 까다롭다』고 했다.
주말 드라마는 출연자를 스타로 띄워주는 「등용문」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그는 공교롭게도 두차례 도전에서 출연중인 드라마가 모두 도중하차하는 불운을 겪었다.
『땀과 열정을 쏟은 드라마가 피지 못하고 막을 내릴 때는 나 때문이라는 자책까지 생기더라구요. TV 드라마 방영에 앞서 「된다 안된다」는 독백을 수백번 합니다』
촬영하느라 밤을 꼬박 새우는가 하면 인공비 세례에 속옷까지 흠뻑 적시기도 했다. 하지만 군말이 없다.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란다. 산업대 국문과를 중퇴한 뒤 프로 골퍼에서 연기자로 인생 진로를 바꾼 만큼 이 드라마는 마지막 승부처이기 때문이다.
『주말 드라마 삼수생이면 이제 성공할 때도 되지 않았나요?』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