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KBS테러 위협]『김정일 이미지 실추 우려탓』

  • 입력 1997년 11월 24일 20시 09분


한국방송공사(KBS)가 제작중인 TV드라마 「진달래꽃 필 때까지」를 놓고 북한측이 제작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테러를 감행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드라마는 95년12월 귀순한 북한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출신 신영희씨가 북한에서의 체험을 토대로 펴낸 동명의 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신씨는 이 책에서 김정일(金正日)의 비밀파티와 이에 동원되는 이른바 「기쁨조」의 실태 등 북한 고위층의 이면상과 주민들의 어려운 생활상을 폭로했다. 북한이 아직 완성도 되지 않은 드라마에 대해 전례 없이 강하게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은 지난 10월 당총비서직에 추대된 김정일의 대외적 이미지가 이 드라마로 인해 실추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이유야 어쨌든 북한이 요즘 보이고 있는 행태는 언론과 창작의 자유가 없는 북한의 사정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과격하다. 북한은 지난 16일 평양방송 논평을 통해 『KBS 2TV 창작단을 가차없이 폭파해 버리고 연속극 창작에 가담한 자에 대해서는 쥐도 새도 모르게 모조리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한 것을 시작으로 연일 극언을 일삼고 있다. 18일에는 평양화력발전연합 기업소 노동자의 반향이라며 『한국방송공사 패당을 보일러 화실에 집어넣을 것』이라고 위협했고, 19일에는 또 다른 노동자를 시켜 『북남교류와 내왕이 실현되더라도 한국방송공사에서는 한 놈도 우리땅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은 또 한국의 정치권이 이같은 북한의 위협을 규탄하자 18일 『역사의 교수대에 매달아야 할 자들을 두둔하는 남한 야당정치인들도 그 너절한 짓을 그만두고 분별있게 처신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이어 22일엔 『「진달래꽃 필 때까지」는 우리의 사회주의 제도와 체제를 비방중상하는 모략적인 연속극』이라고 다시 비난했고 23일엔 『이런 연속극을 만드는 것은 우리에 대한 일종의 정치적 선전포고』라고 강변했다. 북한은 KBS가 83년 김정일을 주인공으로 한 TV연속극 「지금 평양에선」을 방영했을 때는 이번과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은 드라마 제작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드라마에서 김정일에 대한 부정적 묘사를 완화시켜 보려는데 일차적인 목적을 두고 연일 위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한편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이 한국의 언론을 겨냥해 위협할 경우 파장이 크다는 것을 치밀히 계산에 넣고 위협을 계속하는 만큼 우리쪽에서 너무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기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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