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로커 관능의 몸짓,성공비결의 1%인가 99%인가

  • 입력 1997년 11월 12일 07시 19분


공연도중 관객들에게 몸을 던진 코트니 러브
공연도중 관객들에게 몸을 던진 코트니 러브
여성 로커들의 거침없는 성적 몸짓은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카리스마」 「성적 정체성의 표출」 「록의 호흡이며 충동」. 데보라 해리, 팻 베내타, 리즈 페어 등 70∼90년대 여성 로커들은 이렇게 말한다. 눈요기를 위해 벗어던진다는, 상업적 노리개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본질과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격주간 록전문지 「롤링 스톤」은 30주년 기념 특집 한권을 모두 여성 로커들의 주장과 그들에 대한 분석으로 꾸몄다. 개별 인터뷰도 20여명. 주제는 여성 록가수들의 성 역할. 마돈나는 인터뷰에서 『성적 매력이 성공의 요인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나의 1%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순회공연 「걸리쇼」에서 노골적인 성묘사로 「악명」을 얻었던 그의 주장에 따르면 「나머지 99%의 마돈나」는 로커로서 표현의 자유를 보였다는 것. 여성 로커들에게 관능미는 하나의 철학이다. 10대 가수 알리야는 『예술적 표현의 자유』라며 『너절한 길거리 스타일에도 자유가 있다』고 말한다. 90년대는 특히 「나쁜 소녀들」의 전성시대다. 록계에 더이상 나긋나긋한 소녀는 없다. 4인조 여성 록그룹 「L7」은 생리대를 던지기도 하고 코트니 러브의 원색적 가사는 거침이 없다. 절정의 걸 그룹 「스파이스 걸스」도 여성의 힘을 일깨워 동성팬들의 환호를 받는다. 70년대는 펑크 바람과 더불어 여성 로커들이 성적 정체성을 거침없이 드러냈던 시기. 그룹 「블론디」의 리더 데보라 해리는 마돈나보다 훨씬 앞서 찢어진 그물 스타킹을 신고나와 여성의 침묵을 깼다. 이어 80년대 애니 레녹스와 마돈나는 사회적 구조로서 여성을 표현하기 시작했고 90년대는 앨러니스 모리세티, 리즈 페어 등 「앵그리 우먼」이 줄을 이었다. 록계에서 여성이 떠오르는데 게이와 양성주의자 등 전통적 성의 파괴자들이 한몫한 것도 아이러니다. 70년대부터 양성주의자 엘튼 존 등은 여성의 옷과 화장을 빌려오면서 성의 경계를 낡은 의식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코트니 러브 등의 가사는 결국 남성이 쓴 것이 아니냐며 여성 록의 한계를 지적한다. 일부 페미니스트도 「스파이스 걸스」를 거대 음반산업에 의해 조종되는 조립식 가수라고 혹평한다. 그럼에도 전세계 수백만 소녀들은 학교에 가서도 내면의 열정을 솟구치게 하는 동성 록가수의 외침을 듣는다. 그때 「걸」은 약한 존재가 아니라 경쟁적이고 심지어 약탈적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한국의 록은 어떤가. 〈허 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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