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접속」,110만명 관람 『최고 흥행』

  • 입력 1997년 10월 31일 07시 22분


영화 「접속」이 10월말 현재 서울 관객 60만명, 전국 1백10만명을 넘어섰다. 올들어 한국영화 최고 기록이다. 음반 판매량도 50만장에 달해 우리 영화사상 최대 판매고를 기록했다. 코믹 액션도 아니고 자극적 요소도 없는 「밋밋한」 줄거리의 멜로드라마 「접속」이 이런 「대박」이 된 데 대해 영화가는 물론 제작사인 「명필름」 관계자조차 놀랐다. 개봉전 『작품이 잘 됐다』는 평은 있었지만 흥행까지 97년 선두를 달릴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의 기획부터 제작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영화사가 기울인 치밀한 계산과 노력을 되짚어보면 오늘의 성공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명필름의 심재명이사(34)가 『처절했다』고 표현하는 「영화와의 씨름」은 2년전부터 시작됐다. 신인 장윤현감독(30)이 PC통신을 소재로 한 간략한 영화기획서를 작성했고 MBC 「베스트극장」출신 작가인 조명주씨가 1차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그러나 남녀가 한번도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PC통신으로 교감을 나누는 내용을 영화로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모두 25번 시나리오를 고쳐 썼다. 보통 서너번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다른 영화보다 열배의 노력을 기울인 셈이다. 수십번 시나리오가 바뀌는 동안 동현(한석규분)은 여러 명의 섹스 파트너를 갖기도 했고 은희(추상미분)가 더 저돌적으로 달려들기도 했으나 결국 현재와 같은 상태로 완성됐다. 캐스팅 역시 쉽지 않았다. 처음부터 한석규를 남자주인공으로 점찍었는데 기획서를 보고 『괜찮다』던 한석규는 세번째 시나리오를 보고 망설였으며 20번째 시나리오를 보고는 『못하겠다』는 최후통첩을 했다. 다른 남자 배우들을 섭외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마지막 시나리오를 한석규에게 보여주고 『OK』를 받아내면서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준비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헌팅과 콘티 등은 이미 끝나 있었다. 두달만에 일사천리로 촬영을 마쳤으나 개봉이 문제였다. 극장주들이 『관객 유인 요소가 없다』며 난색을 보여 서울에서 다른 한국영화들의 절반밖에 안되는 7개관만을 확보할 수 있었다. 개봉후 사태는 역전됐다. 매진행렬에 힘입어 2주후 20개관으로 확대 상영하게 된 것. 어떤 영화나 고통스런 탄생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접속」의 탄생과정은 각별하다. 명필름은 기획단계부터 모두 다섯번의 설문조사로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냈고 PC통신이라는 「쿨 미디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음반과 뮤직비디오를 기획했으며 한국영화사상 드물게 영화삽입곡에 대한 저작권문제를 미리 해결하는 등 여러가지 「선도적」 제작방식을 보여줬다. 「고독한 라디오PD역에 가장 알맞은 배우」 「20대 초반 여성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 등을 사전 조사한 결과 한석규가 선정됐고 개봉직전까지도 영화 인지도 조사 등이 이어졌다. 결국 「접속」은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를 목표로 뛰어난 팀워크와 과학적 마케팅 시스템이 이뤄낸 합작품이다.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섣불리 제작에 뛰어들었다가 더 크게 엎어지고마는 한국영화계에서 기억해둘 만한 사례다. 〈신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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