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 키드먼의 「여인의 초상」-「피스메이커」 국내개봉

  • 입력 1997년 10월 24일 07시 49분


이제 아무도 그를 「톰 크루즈의 마누라」라고 부르지 않는다. 당돌하리만큼 푸른 눈망울에 빨강 머리, 껑충한 키. 7년전 톰 크루즈의 팬들로부터 『우리의 톰을 뺏어갔다』는 원망을 들었던 무명의 여배우가 니콜 키드먼이란 제이름을 할리우드 톱스타 반열에 당당히 올려놓았다. 지난해 「투 다이 포」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피플」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50인」에도 뽑혔다. 올해 만 서른살이 된 그는 배우로서나 여성으로서 전성기를 맞은 듯하다. 11월초 나란히 국내에 선보이는 「여인의 초상」과 「피스메이커」에서 모두 주역을 맡았다. 「여인의 초상」은 「피아노」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여성 감독 제인 캠피온의 최신작.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키드먼이 이 영화에 출연한다 해서 일찍부터 화제가 된 작품이다. 「피스메이커」는 스필버그 카젠버그 게펜 세사람이 모여 설립한 「드림웍스 SKG」가 처음 내놓은 액션영화. 묘하게도 「피스메이커」 역시 여성감독 미미 레더의 작품이다. 스타 앵커가 되기 위해 남편마저 살해한 요부(투 다이 포)는 핵 테러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과학자(피스메이커)로, 19세기말 열정적 삶을 꿈꾸는 여성(여인의 초상)으로 끝없이 변신했다. 캠피온의 작품에는 노골적 섹스신 대신 신비로운 에로티시즘이 가득하다. 그 에로티시즘은 여성자신이 감춰진 관능과 성적 정체성을 깨닫는다는 점에서 남성감독이 만든 작품과 사뭇 다르다. 「여인의 초상」측에서 모험으로 가득한 삶에 뛰어들기 위해 안정된 혼처를 마다한 이사벨역을 모집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키드먼은 주저없이 캠피온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이사벨이 되고 싶어요』 키드먼이 캠피온의 대학졸업 작품에 출연하면서 『언젠가 고전물을 함께 하자』고 했던 약속은 15년만에 실현됐다. 하와이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자란 키드먼은 일찍부터 캠피온을 만났던 것. 고전 회화를 보는 듯한 화면 구도, 마이클 니만의 격정적 피아노 연주, 자칫 통속적 소재로 그칠 뻔한 내용을 우아하게 포장한 연출솜씨가 「역시 캠피온」이란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허리를 꽉 죈 19인치 코르셋속에 터질 듯한 열정을 감춘 이사벨역을 키드먼은 깔끔하게 소화했다. 그의 새파란 눈은 「피스메이커」에서도 불꽃을 튀긴다. 툭하면 규칙을 어기는 냉소적 현실주의자 드보 대령(조지 클루니)과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의 행방을 추적하는 미모의 과학자 켈리박사가 키드먼이다. 「여인의 초상」은 11월1일, 「피스메이커」는 8일 개봉. 〈신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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