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가수 허영수,길거리 콘서트 『사랑의 모금』

  • 입력 1997년 8월 8일 07시 26분


허영수(27)는 5년 넘게 길거리에서 노래해 온 무명 가수. 92년부터 서울 부산 대구 제주 등 곳곳의 길거리에서 노래해 왔다. 왜. 그는 길거리 콘서트로 기금을 모아 심장병어린이를 도왔다. 지금까지 모은 돈은 3억여원. 20여명의 어린이 환자를 수술시켰고 1백여명에게는 검사비를 지원했다. 또 백혈병 어린이 7명에게도 1억여원의 수술비를 지원했다. 제주도에서 태어난 그는 제주간호보건전문대를 졸업한 남자 간호사다. 그가 사회봉사를 마음먹은 것은 졸업 후 서울 미아리 성가복지병원에서 무의탁 환자를 간호했던 게 계기. 특히 주말에는 중소기업사장과 교수 등이 노인 환자들의 몸을 씻어주고 돌보는데 감동받아 『뜻깊은 일을 해보자』고 마음먹은 것이다. 내친 김에 「같은 하늘 봉사회」를 만들어 전국순회콘서트를 벌이며 봉사의 전도사로 나섰다. 제주에 본부를 둔 「같은 하늘 봉사회」는 현경대의원 등이 회원으로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고 10여명의 「극성파」 회원들이 가두 콘서트에 나선다. 그러나 돈이 개입된 이상 오해도 받았다. 때문에 한 때는 모금함을 통째로 파출소로 보낸 뒤 병원에서 실어간 적도 있다. 요즘은 서울 백병원의 김태진교수(인제대 의대)가 모금 관리와 환자 연결에 도움을 준다. 그가 이번에 첫 음반을 냈다. 가수로 공식 데뷔한 것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역시 길거리 모금 때문이라고. 이름이 안 알려져 오해를 사는 경우도 많고 도로무단점용으로 공연을 중도에 그만둔 적도 있다고 한다. 『음반을 냈으니 방송에도 나가 이름 석자를 알리고 싶습니다. 그래야 모금 콘서트가 조금 수월하게 될 것 같고…』 머릿곡은 편안한 발라드 「백번의 사랑」으로 클래식 선율감을 듬뿍 담아 감상용으로 적합하다. 지금은 제주도의 주간신문 오일장에서 80여만원의 월급과 차량 등을 지원해 준다. 총각 혼자 사는데 모자람이 없다. 결혼하면 어떻게 할까. 그의 말이 꾸밈이 없다. 『결혼한 뒤 돈을 보면 사심이 생길 것 같아요.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그러면 (봉사활동을) 관둬야지요』 〈허 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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