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35번째 장편만화 화제…9백여명 3년 작업

  • 입력 1997년 5월 29일 09시 25분


고대 그리스신화의 영웅 헤라클레스가 세기말 미국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대작) 예비스타로 환생했다. 월트 디즈니사의 35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헤라클레스」. 첨단 컴퓨터그래픽으로 무장한 그가 과연 영악하기 이를데 없는 현세의 관객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할 수 있을까. 헤라클레스 캐릭터를 고안한 영국 시사만화가 제럴드 스카피와 제작자 앨리스 듀이가 이제 막 고전 책갈피속의 긴 잠에서 깨어난 영웅 선전에 나섰다. 26일 오후 일본 도쿄시내의 한 호텔. 한국기자들과 만난 듀이와 스카피는 현란한 제스처를 써가며 헤라클레스의 됨됨이를 자랑했다. 『헤라클레스는 어떤 여자가 봐도 반할 만큼 잘 생겼다. 그의 얼굴은 폴 뉴먼과 엘비스 프레슬리의 젊은 시절 모습에서 많이 따온 것이다. 세계 최고솜씨의 애니메이터 9백명이 3년간 이 작업에 매달렸고 배경 그림에만 1천6백여개의 컷이 사용됐다』(듀이) 「헤라클레스」는 요즘 관객들의 취향을 겨냥, 원작을 과감하게 「변형」했다. 신화에서 헤라클레스의 어머니는 인간이었지만 디즈니는 제우스신과 헤라여신의 외아들로 묘사했다. ―신화에 대한 「모독」으로 비칠 소지는 없는가. 『솔직히 관객의 만족감을 극대화할 작정으로 각본을 꾸몄다. 그러나 그리스 터키를 답사해 보니 지역에 따라 의외로 다양한 버전이 퍼져 있었다. 다큐멘터리나 박물관 자료집이 아닌한 각색은 필요하지 않겠는가』(듀이) ―헤라클레스의 생김새를 보면 피부나 골격이 황인종을 연상시킨다. 아시아권 관객을 염두에 둔 장치인가. 『반드시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건강한 사람은 대개 햇빛에 그을린 피부를 갖고 있지 않은가』(스카피) ―최근 디즈니 영화와의 차이점이라면…. 『영웅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인 만큼 캐릭터의 동작이나 전체 화면의 스케일이 크다.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이야기 구조의 완결성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듀이) 할리우드에서 첫손 꼽히는 여류 제작자인 듀이는 다음 계획을 묻는 질문에 『당분간은 헤라클레스 캐릭터를 이용한 CD롬 비디오 게임물과 각종 팬시상품 개발에 관심을 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자본과 첨단 기술력을 동원, 상품성있는 영화를 완성한 뒤 이를 발판으로 부가가치 창출에 눈을 돌리는 상업적 계산이 경탄스러우면서도 조금은 얄밉게 느껴졌다. 〈동경〓박원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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