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코미디]한보청문회 소재 폭소탄 선사

  • 입력 1997년 4월 12일 08시 43분


『재판중이므로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아래 사람이 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몸통은 바로 납니다』 지난 7일 TV로 국회 청문회를 지켜보던 사람들을 어이없게 만든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의 「명언」들이다. 이 「코미디같은」청문회가 진짜 코미디의 소재가 됐다. 14일방영되는 KBS2TV「코미디일번지」의「우리동네명판결」코너. 젖소를 둘러싼 이웃간 분쟁의 시비를 가리는 과정에서 정태수회장과 비슷하게 분장한 개그맨 엄용수가 증인으로 등장한다. 묻는 말마다 『기억이 없습니다』 『재판중이므로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를 되풀이하는 증인을 변호사역의 김한국이 나무란다. 『증인! 눈 좀 똑바로 뜨세요』 『아, 제가 당뇨가 좀 있어서… 다 뜬겁니다』 능청을 떨던 증인은 『그만 퇴정하라』는 말에 『넷!』하고 눈을 번쩍 뜨며 씩씩하게 걸어나간다. 12일 방영되는 KBS 2TV「웃음천국」의 「이무기의 꿈」. 비리사실을 추궁하는 왕에게 우의정이 『기억이 안난다』고 발뺌하자 주위에서 질책이 쏟아진다. 『눈뜨고 답변하세요』 『우의정, 이제 봤더니 아주 자물통입이구만』 비리에는 왕자도 연루되어 있다. 이리 저리 발뺌하는 왕자를 보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왕에게 주위에서 『애정에 빠진 사람은 보는 바가 확실치 못하다』는 충고를 던지자 왕이 장탄식을 한다. 코미디같은 현실을 빌려온 진짜 코미디가 역으로 현실의 우매함을 따끔하게 꼬집는 대목이다. 〈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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