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 「초록물고기」시사회]재미로 시작 「의미」로 끝

  • 입력 1997년 2월 5일 20시 13분


[박원재 기자] 작가 이창동씨의 감독 데뷔작 「초록 물고기」가 시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는 우선 「재미」와 「의미」를 함께 충족시킨 정통드라마였다. 관객들은 『액션과 코미디에 식상해 있던 터에 모처럼 감독의 진지한 문제의식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평론가들은 『이렇다할 기교없이 삶의 단면을 차분히 응시한 연출력이 배우들의 호연과 맞물려 감동의 깊이를 더한다』고 분석했다. 「초록 물고기」의 무대는 서울 변두리 유흥가와 신도시 언저리의 농촌. 주인공은 이제 막 군에서 제대해 주먹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막동(한석규)이다. 막동을 축으로 그의 보스인 배태곤(문성근)과 태곤의 애인이면서 막동을 사랑하는 미애(심혜진)의 엇갈린 인연이 시작된다. 또 삶의 터전을 신도시 아파트 주민에게 내준 막동 집안의 암담한 현실을 그리면서 「산업화 진전에 따른 가족의 해체」라는 주제도 다루고 있다. 이 영화의 강점은 사실성. 유흥가 폭력배의 삶 자체가 관객들이 느끼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지만 「초록 물고기」는 바로 곁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한국 영화계의 첫손 꼽히는 배우인 한석규 문성근 심혜진은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등장인물의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시사회가 끝난 뒤 상당수의 관객들은 작품의 여운을 간직하려는듯 마지막 자막이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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