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켓행 비행기는 대개 늦은 밤에 도착한다. 7시간 남짓의 긴 비행을 마치고 기내에서 내리는 순간, 후덥지근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찜통 같은 특유의 습기가 피부에 닿자 푸켓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났다.
입국장을 빠져나오니 늦은 시간임에도 플래카드를 들고 여행객을 맞이하는 인파로 북적였다. 특히 한국어로 신혼부부를 환영하는 문구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푸켓이 오랜 시간 신혼여행의 성지로 불려 온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푸켓 빠통 비치의 정실론 쇼핑센터 전경. 김혜린 기자 sinnala8@donga.com푸켓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단연 빠통 비치다. 유흥과 쇼핑, 먹거리가 밀집해 있고 섬 투어 항구와 가까워 관광을 즐기기엔 최적이다. 다만 유동 인구가 많고 교통체증이 심해 온전한 휴식을 원하는 여행자에게는 다소 번잡할 수 있다.
최근 이런 여행자들에게 주목받는 지역이 ‘마이카오 비치’다. 푸켓 북서쪽 해안을 따라 약 11km 펼쳐진 이 해변은 푸켓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자랑한다. 시리나트 국립공원 보호구역에 속해 상업적 개발이 제한된 덕분에 야자수와 백사장, 안다만해의 청록빛 바다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르네상스 푸켓 리조트 앤 스파(이하 르네상스 푸켓)’ 역시 이곳에 자리해 있다. 공항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해 늦은 밤 도착해도 이동 부담이 크지 않다. 캄캄한 도로를 짧게 달려 도착한 로비에서는 직원이 건넨 시원한 물수건과 달콤한 코코넛 아이스크림이 여행객을 맞았다. 긴 비행으로 쌓인 피로가 그제야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었다.
● 자연과의 공존… 맹그로브 숲속의 은신처
2010년 문을 연 르네상스 푸켓은 마이카오 해변의 자연에 메리어트 본보이 특유의 모던함을 입힌 콘셉트의 리조트다. 최근 풀빌라 등 주요 객실을 중심으로 리노베이션을 마쳤다.
리조트 부지는 수풀 한가운데 지어진 듯 자연 그대로의 인상을 준다. 곳곳에 자리한 야자수는 맹그로브 숲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리조트는 일반 룸 155개, 풀빌라 25개 등 총 180개 객실을 운영한다. 기자가 투숙한 ‘1베드룸 풀빌라’는 객실 면적이 117㎡에 달해 여유로운 공간감을 자랑했다. 각 풀빌라가 독립적으로 배치돼 다른 투숙객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어 완벽히 프라이빗하다. 내부에는 전용 풀이 딸려 있어 객실 밖을 나서지 않고도 충분한 휴식이 가능했다.
마이카오 해변의 바다거북 등껍질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된 빌라 천장. 김혜린 기자 sinnala8@donga.com빌라는 태국 남부 민속 문화와 현대적 럭셔리를 조화롭게 녹여냈다. 지붕은 바다거북의 등껍질 형태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모래색과 청색이 어우러진 벽지는 마이카오 해안의 자연과 문화에 뿌리를 둔 설계 철학을 보여준다.
리조트의 자연친화적 성격은 객실에 놓인 안내문에서도 드러난다. 안내문은 리조트 부지에 서식하는 물왕도마뱀을 비롯해 후투티, 청개구리, 몰크랩 등 총 여섯 종의 동물을 소개하며 마주쳤을 때 조용히 자리를 피해 주면 된다고 안내한다.
섬 중심지로 이동하는 데는 1시간 가량 걸리지만 리조트에서 10분 거리에 ‘터틀 빌리지’와 ‘마이카오 플라자’ 등 소규모 상업 시설이 있어 가벼운 로컬 식사나 간식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셔틀버스도 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공항과 인접해 해변 위를 낮게 비행하는 여객기도 리조트 인근에서 볼 수 있는 볼거리다.
● 파도 소리와 함께 요가를…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
고요한 휴식만큼이나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이곳의 매력이다. 해변 앞 잔디밭에서 진행되는 요가 클래스는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한 시간 동안 호흡과 동작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이다. 초보자도 따라 할 수 있는 난도로 시작해 후반부로 갈수록 점차 강도가 올라간다. 마지막 단계인 ‘사바나사(송장 자세)’를 하며 눈을 감으니 잔디 냄새와 바닷바람이 온몸을 감싸며 평온함이 찾아왔다.
피트니스 센터는 런닝머신 위주의 일반적인 호텔 헬스장과는 달랐다. 하이록스나 크로스핏 같은 고강도 기능성 운동이 가능할 만큼 기구 구성이 전문적이고 공간도 여유로웠다. 현지 강사가 진행하는 무에타이 체험도 운영돼 땀을 흘리며 활기찬 하루를 보내고 싶은 여행자에게 적합하다.
쿠킹 클래스에서 태국 전통요리 스프링롤을 만들고 있다. 김혜린 기자 sinnala8@donga.com
쿠킹 클래스에서는 셰프의 세심한 지도 아래 팟타이, 망고 스티키 라이스, 스프링롤 등 다양한 태국 전통 음식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소스 비율을 맞추는 법부터 얇은 피를 다루는 손놀림까지 단계별로 짚어줘 초보자도 훌륭한 맛을 낼 수 있다. 요가와 쿠킹 클래스를 모두 마치면 주어지는 수료증은 소소한 성취감을 더한다.
르네상스 브랜드의 시그니처 프로그램 ‘펀치 볼 리추얼’. 김혜린 기자 sinnala8@donga.com
저녁 무렵에는 르네상스 브랜드의 시그니처 프로그램 ‘펀치 볼 리추얼’이 열린다. 투숙객 간 교류를 위해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지역 재료와 로컬 스피릿을 활용해 지역 정체성을 체험하도록 구성된다. 푸켓 전통 럼인 ‘찰롱 베이’를 베이스로 파인애플 등 과일 재료를 더해 칵테일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가족 친화적인 시설도 충실하다. 어린이 전용 수영장 ‘키즈 풀’과 다양한 실내외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키즈 월드’ 등 전용 시설이 마련돼 있어 아이를 동반한 여행객도 안심하고 머물 수 있다.
리조트 내 스파 시설인 콴 스파(Quan Spa). 김혜린 기자 sinnala8@donga.com
리조트명에 ‘스파’가 들어가는 만큼 전문 스파 시설도 마련돼 있다. 트리트먼트룸은 두 사람이 나란히 누워 조용히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릴렉스(Relax)’, ‘리뉴(Renew)’, ‘밸런스(Balance)’, ‘퓨리티(Purity)’ 등 네 가지 테마의 향 중 자신의 컨디션과 취향에 맞는 오일을 직접 선택하면 된다.
세심하게 압을 조절하는 테라피스트의 손길에 긴장이 풀리며 그대로 잠이 들 뻔할 정도였다. 약 60분 간의 마사지 후 내어주는 따뜻한 차 한 잔은 노곤해진 심신을 차분하게 달래줬다.
조식 뷔페 로카보레. sinnala8@donga.com ● “로컬 재료부터 글로벌 음식까지”… 리조트 내에서 즐기는 미식 여행
식사는 리조트 내 식당 세 곳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레스토랑 ‘로카보어’에서는 연잎이 떠 있는 라군을 조망하는 야외 테라스에서 여유로운 조식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도 가족친화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마시멜로, 감자튀김, 젤라또 등 어린이들을 위한 키즈 메뉴가 별도로 마련돼 있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특히 클래식한 에그 베네딕트에 신선한 현지산 크랩 미트를 더한 ‘크랩 미트 에그 베네딕트’와 찹쌀과 코코넛 밀크, 팜 슈가로 만드는 ‘비코모이 팬케이크’가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다. 비코모이 팬케이크는 중국과 말레이 문화가 융합된 푸켓의 바바페라나칸 유산에서 유래한 전통 디저트로, 미식을 통해서도 지역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다.
1층에 자리한 오픈형 레스토랑 ‘샌드박스’와 2층 ‘타키앙’의 전경. 김혜린 기자 sinnala8@donga.com
마이카오 해변의 식재료를 활용한 ‘타키앙’의 시그니처 메뉴. 김혜린 기자 sinnala8@donga.com수영장 옆에 자리한 ‘샌드박스’는 사방이 트인 오픈형 공간으로 설계돼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피자와 수제 버거를 비롯해 다양한 글로벌 요리를 선보이는 이곳은 글로벌 여행 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의 푸켓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레스토랑에 선정되기도 했다.
저녁 식사를 위해 찾은 ‘타키앙’은 태국 요리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는 다이닝 공간이다. 마이카오 해변 모래 아래에서만 서식하는 몰크랩을 현지 주민들이 특수 그물로 직접 잡아 올린 ‘프라이드 똠얌 몰크랩’이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다. 마이카오 등 안다만 해안가에서만 자생하는 토착 식물 ‘린 한’ 잎에 구운 가리비를 곁들인 매콤한 샐러드 또한 놓칠 수 없는 별미다.
리조트 앞 프라이빗 비치에서 투숙객이 노을을 감상하고 있다. 김혜린 기자 sinnala8@donga.com다양한 체험 못지않게 인상적이었던 건 오션 뷰 수영장 앞 선베드에서 보낸 별다른 일정 없는 시간이었다. 파도 소리와 새소리를 배경으로 한낮을 흘려보내는 것만으로도 도심에서의 피로가 자연스럽게 풀리는 느낌이었다. 저녁이면 바다 위로 황금빛 노을이 내려앉아 하루를 채워주는 풍경이 펼쳐졌다.
최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관광 대신 휴양으로 여행 트렌드가 바뀌면서 마이카오 해변 같은 한적한 외곽 지역을 찾는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르네상스 푸켓 리조트는 온전한 쉼에 집중하려는 이러한 수요를 정확하게 짚어낸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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