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빅테크 뚫자”…中암시장, 신분세탁-딥페이크 거래 기승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12일 15시 18분


앤스로픽-오픈AI 등 中기업 차단하자
가짜 신분증-계정 등 불법 매매 판쳐

뉴시스
미국 빅테크들이 자사 인공지능(AI)에 대한 중국 기업의 접근을 막자, 최근 중국에서 주요 AI 접근권을 사고 파는 암시장이 커지고 있다. 해외 서버로 우회해 접근하고, 딥페이크를 이용해 실시간 얼굴 인증 시스템을 통과하는 등 불법적인 행위가 자행되고 있어, 2차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현지 개발자들은 빅테크 AI 접근권을 사고 파는 암시장을 통해 앤스로픽의 ‘클로드 3.5’와 같은 최신 AI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 중국의 ‘당근마켓’인 쉬엔위에는 ‘무제한 클로드 코드 구독’ ‘성능 저하 없는 AI 접근 제공’과 같은 광고가 하루에도 여러 건이 올라오고 있다.

불법 업체들은 중국 본토 밖에 서버를 두고 미국 빅테크 AI에 접근한다. 마치 중국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해외 서버에서 ‘신분 세탁’을 하고 빅테크의 AI 접근 권한을 획득하는 것이다. 앤스로픽과 오픈AI는 올해 2월 이 같은 우회 계정에 대한 대규모 차단 조치를 시행했지만, 여전히 중국에서는 가짜 계정을 만들어 접속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딥페이크로 ‘실시간 얼굴’ 인증까지 우회


미국 빅테크들이 중국 AI 기업들의 접근을 막은 것은 2025년 세계를 놀라게했던 AI 모델 ‘딥시크 R1’이 등장하면서부터다. 당시 딥시크는 오픈AI나 구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보다 훨씬 적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투입해 유사한 성능의 AI를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딥시크가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고성능AI의 학습 데이터를 활용해 유사한 성능의 소형 AI를 개발하는 ‘증류’ 방식을 활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이에 오픈AI와 앤스로픽 등 빅테크들은 일제히 “증류는 ‘무임승차’”라며 딥시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올해 4월에는 앤스로픽이 딥시크, 문샷AI, 미니맥스 등 중국의 AI 기업 3사가 가짜 계정 2만4000여 개를 이용해 자사 AI 모델 ‘클로드’에서 1600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추출했다고 고발하기도 했다.

이후 앤스로픽은 이전보다 더 강화된 신원 확인 절차(KYC)를 도입했다. 중국에서 클로드에 접근하려면 실시간 얼굴 인증과 공식 신분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암시장에서는 AI를 이용해 신원을 속일 수 있는 ‘가짜 신분증’을 생성하는가 하면 딥페이크 도구를 이용해 실시간 얼굴 인증도 통과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가짜 계정을 대량 생산해 처음 가입 시 제공되는 ‘무료 크레딧’을 받아내 원래 클로드 사용 비용의 10% 수준의 가격으로 판매하기 한다.

●대규모 해킹·보이스피싱 등 2차 범죄 우려


업계에서는 중국 암시장에서 벌어지는 불법적인 행위들이 2차 범죄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불법 인증을 위해 생성한 가짜 신분증이나 딥페이크 영상, 그리고 개인 정보 등이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쯔란 첸(Zilan Qian) 영국 옥스퍼드 중국정책연구소 연구원은 “개인 인증을 우회하기 위해 만든 가짜 얼굴 정보나 신분증이 사기성 금융 계좌 개설, 허위 고용 기록 작성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며 “불법 접근을 통해 유출된 질문(프롬프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표적 사기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발(發) 사이버 범죄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2차 범죄의 대상은 중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가짜 계정을 동원한 우회 접속은 서비스 제공자의 통제와 과금 체계를 무력화할 뿐 아니라 공격자가 흔적을 남기지 않고 대량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며 “국경을 막론하고 AI를 활용한 대규모 해킹이나 자동화된 봇, 보안 장치를 우회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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