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은 방산-우주산업 핵심 소재… 국내 생산라인 필수”

  • 동아일보

이상목 생산기술연구원장 인터뷰
‘산화 제어’ 국산 생산 기술 개발
설비 확보 땐 판재 20만 t 생산

“중동 전쟁과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국제질서 재편이 불가피합니다. 우리 주변에 흔해 보이는 것들이 더 이상 흔하지 않고 귀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현재 시급한 것 중 하나가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국내 주력 산업과 방산, 우주항공 등 미래 성장동력 산업을 위한 고부가가치 알루미늄 판재 라인의 국내 구축입니다.”

4일 서울 강남구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에서 만난 이상목 생기원 원장(사진)은 전략적 핵심 소재 공급망 위기를 우려했다. 그중에서도 알루미늄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론, 로봇, 방산, 우주항공 등은 한국이 미래 먹거리로 꼽는 산업 전반의 핵심 소재임에도 국내에 고부가가치 판재 생산 라인이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가격은 중동 전쟁 여파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알루미늄 제련소인 바레인 알바(Alba)와 아랍에미리트(UAE) 에미리트글로벌알루미늄(EGA)이 미사일 공격을 받으며 생산에 차질을 빚는 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물류까지 막히며 공급망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 원장은 중동 전쟁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가 있다고 본다. 그는 세계화 시대에 미국이 중국의 저임금과 전 세계 저가 원자재를 끌어 쓰며 돈을 찍어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물가가 급등하면서 그 구조의 한계가 드러났고, 미중 갈등까지 겹치면서 미국이 핵심 소재 산업을 자국 안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5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내에 알루미늄 제련소가 세워지고 있다. 노벨리스, 스틸 다이내믹스, 센추리 알루미늄 등이 대규모 증설과 신규 제련소 건설에 나섰다. 2019∼2025년 세계 철강 수요가 연평균 0.18% 감소하는 동안 알루미늄은 3.06% 성장했다.

이 원장은 “세계화 시대 공급망은 경제 가치를 중심으로 교역하지만 안보 가치로 중심이 옮겨가면 가격에 상관없이 공급을 끊어버린다”며 “국면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 기업들이 한국의 방산, 항공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경계심을 키우면서 알루미늄 계약을 해도 1년 넘게 납품을 미루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도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 판매를 끊을 수 있다고 봤다.

이 원장은 알루미늄 판재 20만 t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직접 생산 라인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만 t 규모 판재 라인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것은 3000억∼4000억 원의 투자, 300명의 인력, 4만 평의 부지”라며 “새만금 같은 입지에 기술과 설비, 이를 하나로 묶는 시스템통합(SI) 업체만 갖춰지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기술적 토대는 이미 마련돼 있다. 생기원이 개발한 ‘에코 알막(ECO-Almag)’이다. 알루미늄의 강도를 높이려면 마그네슘을 섞어야 한다. 기존에는 1급 발암물질인 베릴륨을 써야 했고 마그네슘을 5%까지만 넣을 수 있었다.

김세광 생기원 소재공급망연구부문 수석연구원은 산화칼슘(CaO)으로 산화를 제어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발암물질 없이 마그네슘을 9%까지 넣고도 찢어지지 않으며 기존 철계 설비를 그대로 쓸 수 있어 열처리 공정도 사라진다. 이미 중견기업 APS에 30억 원 규모로 기술을 이전했고 국방과학연구소와 경량소재 국산화 협약도 체결했다.

이 원장은 “공급망이 미중 두 블록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입장이 애매해지면 정작 소재가 필요한 순간 어느 쪽에서도 공급을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며 “판재 공급망을 우리가 갖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알루미늄 공급망#보호무역주의#중동 전쟁#미래 성장동력#국내 산업#소재 국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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