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구 노량진 뉴타운 6구역 ‘라클라체 자이드파인’의 전용 84㎡ 분양가가 26억 원으로 책정됐다. 같은 시기 서초구 잠원동 ‘오티에르 반포’ 전용 84㎡ 분양가는 25억1500만 원부터 시작한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보다 비강남 재개발 단지의 분양가가 높거나 같은 수준으로 나온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가 만들어낸 구조적 역전 현상으로 보고 있다.
두 단지의 가격 구조가 갈린 핵심은 분상제 적용 여부다. 현행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강남·서초·송파·용산 등 일부 지역에만 적용된다. 2023년 1월 이전까지는 서울 대부분 지역이 적용 대상이었지만, 이후 규제가 완화되면서 현재는 4개 구에만 남아 있다.
오티에르 반포가 위치한 서초구는 적용 지역이고, 노량진이 속한 동작구는 아니다. 분상제 적용 단지는 분양가를 택지비와 건축비 합산 기준 이하로 제한해야 하는 반면, 비적용 단지는 조합과 시공사가 시장 상황을 반영해 자율적으로 분양가를 산정할 수 있다.
분상제가 적용된 오티에르 반포는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크게 낮게 형성됐다. 포스코이앤씨가 신반포21차를 재건축한 이 단지는 지하 4층~지상 20층, 총 251가구 규모로,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86가구에 불과하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약 7840만 원으로 책정됐으며 평형별로는 전용 44㎡가 13억8400만~14억4100만 원, 59㎡가 19억700만~20억4600만 원, 84㎡가 25억1500만~27억5600만 원이다. 단지 맞은편 반포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51억 원에 실거래됐고 인근 신반포자이 전용 59㎡도 39억8000만 원에 거래됐다. 분양가 26억 원은 주변 시세 대비 20억 원 이상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분상제 단지 청약은 수요를 집중시켰다. 지난 1일 1순위 청약을 모집한 서초구의 아크로 드 서초는 30가구 모집에 3만2973명이 접수해 평균 109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별공급도 26가구에 1만9533명이 몰려 751.3대 1에 달했으며 생애최초·신혼부부 유형에 실수요층까지 대거 청약에 뛰어들었다. 흥행은 업계에서 구조적으로 예견된 결과로 평가한다. 총 56가구에 불과한 극소형 일반분양 물량으로 희소성이 극대화된 데다 분상제 적용으로 시세 대비 가격 경쟁력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오티에르 반포는 후분양 단지로 중도금 대출 알선이 없어 당첨 후 단기간 내 잔금을 자체 조달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7월 입주를 앞두고 있어 청약 당첨 이후 잔금 납부까지 주어진 시간이 사실상 3~4개월에 불과하다. 전용 84㎡ 기준으로 계약금과 잔금을 합산하면 20억 원 안팎의 현금을 즉시 동원해야 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상당한 청약 수요가 예상되는 것은 그만큼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노량진은 반대 구조다. 분상제 적용 대상이 아닌 만큼 분양가 산정에 제한이 없고, 급등한 공사비가 그대로 반영됐다. 라클라체 자이드파인은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공동 시공하는 지하 4층~지상 28층, 14개동, 총 1499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전용 59~106㎡ 369가구다. 노량진6구역 조합은 2014년 3.3㎡당 495만 원으로 시공 계약을 체결했으나, 인건비·원자재 상승, 설계 변경, 금융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증액을 요구받았다. 협상 끝에 3.3㎡당 739만 원에 합의했고 총 증액 요구액만 2194억 원에 달했다. 약 49% 오른 공사비가 분양가에 반영된 결과다. 2003년 뉴타운 지정 이후 23년 만에 처음 나오는 분양이라는 희소성, 1·9호선 노량진역과 7호선 장승배기역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입지, 여의도·광화문·강남으로 환승 없이 이동 가능한 교통 여건도 분양가 책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인근 구축인 상도파크자이 전용 84㎡의 최근 실거래가가 22억5000만 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26억 원의 분양가는 시세 차익보다는 시장 원가에 가깝게 형성된 가격이라는 평가다. 이 단지의 분양 성적은 향후 노량진 2·3·8구역 등 후속 사업지의 분양가 형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같은 26억이지만 두 단지가 시장에서 갖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반포의 26억은 50억대 시세 입지에 분상제로 진입하는 가격이고, 노량진의 26억은 제도적 제한 없이 공사비와 지역 시세가 그대로 쌓인 가격이다. 분상제가 특정 지역의 분양가를 억제하는 구조는 시세 차익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효과를 낳고, 그 기대가 다시 수만 명의 청약 수요를 한곳으로 집중시킨다. 반면 제도 밖에 놓인 지역은 공사비 상승과 시장 논리가 분양가에 직접 반영되면서 실수요자의 부담은 커진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분상제 적용 지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지만 국토교통부는 현재 별도 논의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공급 위축과 청약 과열이라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여전한 가운데, 서울 분양시장의 가격 이원화는 당분간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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