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한류 열풍과 함께 국악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취미로 가야금이나 해금을 배우는 인구가 늘고 국악을 접목한 콘텐츠가 젊은 세대에게도 친숙해지는 추세다. 그러나 국악기 시장의 실상은 녹록지 않다. 표준화된 가격 체계 없이 터무니없는 고가 제품이 유통되고 리베이트 관행도 만연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이런 현실에서 ‘제값에 좋은 악기를’이라는 원칙을 고집하며 국악기 대중화의 길을 걸어온 기업이 있다. 충북 영동 난계국악기제작촌에 자리한 ‘궁중국악기’다.
궁중국악기를 이끄는 박제준 대표는 국립국악중학교와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서울예술대학교 예술경영학과를 거친 정통 국악인 출신 경영자다. 2009년 군 전역 후 아버지가 일군 궁중국악기에 합류해 악기 제작의 길로 들어섰다. 국악을 정식으로 전공한 뒤 제작까지 이어받은 2세 경영인은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다.
“대를 이어야 하는 전통이라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아버지의 완고한 명령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 일을 내가 하지 않으면 누구도 이어받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매일 저를 붙잡았습니다.”
그의 부친은 국악기 명인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42호 지정 이수자인 박성기 회장이다. 41년간 전통 국악기 원형 제작은 물론 가야금, 거문고, 해금 등을 전자기타처럼 개량화하는 작업을 이어온 외길 명인이다. 22현 가야금 국내 최초 개발, 전자가야금 출시 등 굵직한 업적과 함께 2008년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이수자, 2013년 한국문화재단 명인 인증을 받았다.
박 대표가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국악기의 대중화다. 그는 현재 국악기 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가격 불투명성과 유통 비리를 거침없이 지목한다.
“질 좋은 악기를 제값에 파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저품질 제품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파는 악덕 업주들이고 양심을 벗어나선 절대 안 됩니다.”
실제로 그는 2013년 소셜커머스를 통해 가야금을 시중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며 대중 접근성을 높이려 했고 첫해 악기 부문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뒤 한 학생이 자사 악기를 700만 원에 구입했다며 수리를 맡기러 찾아온 일이 있었다. 누군가 악기를 대량 매입해 되팔아 부당이득을 챙긴 것이었다. 그는 즉시 소셜커머스 판매를 중단했다. 박 대표는 가격 문제와 함께 악기 개량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오래 사용하면 갈라지는 가야금 안족(줄을 고르는 기구)을 교체해 내구성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 중이며 음계와 음량의 한계를 넘는 개량 작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올해 공장 신축 계획까지 더해지면 생산 효율이 높아져 국악기 가격의 거품이 걷히고 더 많은 이가 부담 없이 국악기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전통을 지키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국악기를 혁신해 나가는 박 대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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