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만 해도 뇌 건강이 달라진다… ‘석문호흡’ 땐 뇌척수액 흐름 강화”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22일 04시 30분


[DA 스페셜]

폴 민 미국 메이요클리닉 영상의학과 교수.
폴 민 미국 메이요클리닉 영상의학과 교수.
호흡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리 현상으로 무의식중에 비자발적으로 이뤄지지만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도 있다. 몸 상태나 상황에 따라 호흡을 잘 조절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복식호흡, 단전호흡 등 많은 호흡법이 개발되고 많은 사람이 실천하고 있다.

최근 호흡법이 뇌척수액의 흐름에 영향을 줘 뇌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석문호흡’ 프로그램 수련자 대상 다학제적 연구

이번 연구는 미국 메이요클리닉 영상의학과 폴 민 교수가 주도했으며 페트리스 콕스웰 교수가 공동 교신 저자로, 임석빈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했다.

연구에는 메이요클리닉 영상의학과, 신경과, 생리·의생명공학과, 정신과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다학제적으로 협력했다. 또한 한국의 ‘석문도문’은 ‘석문호흡’이라는 체계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뇌척수액(CSF)은 뇌를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고 영양소, 호르몬, 면역세포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뇌 노폐물을 제거하는 등 뇌 항상성을 유지하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특히 최근 연구에서는 뇌척수액의 흐름이 뇌 내 노폐물 제거의 주요 기전이며 치매를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뇌척수액의 순환은 주로 수면 중에 활성화되므로 깨어 있는 상태에서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접근 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기존에는 뇌척수액의 움직임이 심장박동에 의해 발생하는 맥동성 흐름으로 이해됐으나 최근에는 호흡이 저주파의 ‘벌크 플로’를 유도해 뇌척수액의 순환을 촉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석문호흡 프로그램을 오래 수련한 그룹과 일반인 두 그룹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해 장기간 체계적인 호흡 기술(RT)을 통한 훈련이 실제 사람의 뇌척수액 유동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자 했다.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주요 사실

뇌에는 혈액과 뇌척수액이라는 두 가지 체액이 존재한다. 이 두 유체는 서로 분리된 통로를 따라 순환하지만 두개골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한쪽의 부피가 커지거나 작아지면 다른 쪽은 반대로 미세하게 작아지거나 커진다. 이는 ‘먼로-켈리 이론’으로 알려져 있으며 뇌 안의 혈류 변화가 뇌척수액의 흐름과 운동성을 결정짓는다는 생리 원리다.

이에 따르면 심장이 수축할 때 혈액이 뇌로 밀려 들어가면 뇌척수액은 반대 방향, 즉 뇌 밖으로 이동하고 심장이 이완될 때는 혈액이 빠져나오면서 뇌척수액이 다시 뇌 안으로 되돌아오는 맥동성 순환이 일어난다.

이번 연구에서는 하복부 중심의 가늘고 길고 깊은 석문호흡 프로그램이 이러한 흐름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새로운 생리 기전을 제시했다. 깊은 복식호흡을 하면 가슴 속 압력이 낮아지며 정맥 환류가 촉진돼 뇌에서 심장으로 향하는 혈류가 더욱 원활해져 느리고 지속적인 벌크 플로 형태의 뇌척수액 순환이 강화됐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최초로 발견된 사실은 두개골의 입구로 목과 연결되는 부위(대후두공)에서는 기계적 기전과 자율신경계 기전이 함께 작용해 뇌척수액의 순환을 일으키는 반면 기억과 감정 기능과 관련된 깊은 뇌 속(측뇌실)에서는 호흡으로 전달되는 기계적 작용만이 뇌척수액 순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석문호흡을 장기간 훈련한 사람들에게서 나온 결과로 호흡 훈련만으로도 뇌의 깊은 곳까지 뇌척수액의 흐름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연구의 의의 및 전망

이번 연구는 최첨단 실시간 MRI 측정 기술과 인공지능 기반 횡격막 움직임 분석을 통해 호흡과 뇌척수액 유동과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규명한 중요한 연구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석문호흡이라는 체계화된 비침습 호흡 기술 프로그램이 비수면 활동기에도 뇌척수액 순환을 조절할 수 있음을 인체 연구를 통해 최초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연구진은 이러한 호흡 기반 접근이 향후 치매·알츠하이머병 예방, 고령층 뇌 건강 유지 등으로의 확장 연구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본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권위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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