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비중을 10%포인트 줄이고 이를 기업으로 유도하면 한국의 장기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생산 부문으로의 자금 흐름 전환과 성장 활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민간신용(가계신용+기업신용)에서 가계신용(빚)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2024년 연평균 46.6%에 달한다. 같은 기간 세계 43개국 평균 가계신용 비중(37.5%) 대비 9.1%포인트 높다. 1인당 소득 수준이 한국과 비슷한 스페인(35.8%), 일본(36.1%), 체코(37.0%)와 비교해도 한국의 가계신용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은은 민간신용에서 가계신용 비중을 줄이고, 기업신용을 늘리는 것이 경제성장률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가계신용은 주로 부동산 자산 매입에 활용되는 반면 기업신용은 설비 투자나 생산 활동에 연계될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한은의 모의 실험에 따르면 가계신용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10%포인트 축소하고, 기업신용을 10%포인트 늘리면 한국의 5년 장기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0.2%포인트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이나 외부 자금 의존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신용 증가가 기업 성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컸다. 반면 부동산이나 건설업에 대한 신용공급은 경제성장률이나 생산성 증가율 향상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 강화를 검토해야 한다”며 “신생 기업일수록 혁신 추구 성향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 대출을 업력별로 구분해, 신생 기업 대출에 대한 자본규제를 완화하는 인센티브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