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선영에서 유족·경영진 추모 예정
문화·의료 기부로 남긴 ‘KH 유산’ 재조명
예술품 기증, 국내외 박물관 순회 예정
사회 환원 철학, 세대 넘어 확산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23일 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5주기 추도식이 24일 오전 경기도 수원 가족 선영에서 진행된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 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을 비롯해 전·현직 경영진 약 15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추도식 후에는 이재용 회장과 사장단이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고인을 기릴 계획이다.
이번 추모식에서는 문화·의료 분야에 남긴 고인의 사회공헌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유족은 2021년부터 미술품과 문화재 2만3000여 점을 국가기관에 기증하고, 의료 발전과 환아 지원을 위해 1조 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미술품 기증은 국내에서 전례 없는 규모였다. 국보 14건, 보물 46건을 포함한 고미술품 2만1600점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국내외 작가의 근대미술 작품 1600여 점이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전달됐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이후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을 전국에서 35회 열었으며, 누적 관람객은 350만 명을 넘어섰다. 이 전시를 계기로 한국 미술계의 위상도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컬렉션은 오는 11월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전시를 시작으로 시카고미술관, 영국 대영박물관으로 순회된다. 한국 미술이 세계에 소개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족은 고인의 뜻에 따라 의료 분야에 1조 원을 기부했다. 3000억 원은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지원에, 7000억 원은 감염병 대응 인프라 구축에 사용됐다.
2021년 발족한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은 전국 160여 개 기관, 1000여 명의 의료진이 참여해 장기 연구와 치료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2만2000여 명의 환아가 지원을 받았으며, 의료기관 간 협력을 통해 진단과 치료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감염병 대응 기부금 중 5000억 원은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투입됐다. 병원은 첨단 음압병상과 연구 시설을 갖춘 150병상 규모로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나머지 2000억 원은 백신·치료제 연구 등에 사용되고 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일상에서 문화적 교양이 자라야 한다”고 강조하며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중시한 바 있다. 리움미술관 개관 당시 그는 “문화유산의 보존은 인류 미래를 위한 책임”이라고 밝혔다. 그 철학은 유족의 사회 환원으로 이어졌다. 의료기부 이후 연예인과 기업의 기부 참여가 확산되며 기부 문화의 선순환이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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