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진출 발묶이나” SPC, 초유의 경영 공백에 ‘비상 경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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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4월 5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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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복 SPC 대표 이어 허영인 회장 구속
6000여개 가맹점주 피해·K푸드 성장 제동 우려
허진수·허희수 ‘3세 형제 경영’ 전면 나설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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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복 대표에 이어 허영인 회장까지 최고 경영진이 구속되며 SPC그룹에 초유의 경영 공백이 야기됐다. SPC그룹은 리더십 부재로 글로벌 경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판단, ‘비상 경영’ 체제로 돌입한 모습이다.

SPC는 국내 6000여개 가맹점과 해외 10개국에서 55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소상공인이 대부분인 가맹점주들의 피해뿐만 아니라 K푸드가 해외 영향력 확대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허 회장은 민주노총 노조원들에게 탈퇴를 종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SPC 측은 추후 진행될 조사와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4일 허 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지난달엔 SPC 황 대표가 구속되고 또 다른 각자 대표인 강 대표가 사임했다.

SPC그룹은 2019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PB파트너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고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비상 경영 체제에서 누가 구원투수로 역할을 할 지도 업계 관심이 쏠린다.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되, 허 회장의 장남인 ‘SPC그룹 오너가 3세’ 허진수 사장과 허희수 부사장 형제가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동안 업계에선 허 사장이 파리크라상과 SPC삼립을, 허 부사장이 비알코리아와 섹타나인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다. 형제 경영으로 힘을 모아 초유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SPC가 초유의 경영 공백 사태를 맞아 본사는 물론 산하 브랜드 가맹점주들에게까지 여파가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SPC는 지난해 12월 기준 가맹점 6191개를 운영 중이다. 구체적으론 ▲파리바게뜨 3396개 ▲배스킨라빈스 1687개 ▲던킨 631개 ▲파스쿠찌 477개다.

대부분 가맹점주가 소규모 자영업자로, 생계 유지를 위해 사업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가맹본부의 리더십 공백이 가맹점주들의 생계 위협을 넘어 서민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가맹점 매출 감소와 폐업이 장기적으로 프랜차이즈 산업 축소와 일자리 소실, 지역 경제 부진, 소비자 선택 제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SPC그룹이 적극 추진 중인 글로벌 사업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해외 사업 확장에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다.

SPC는 2004년부터 파리바게뜨를 통해 해외에 진출한 뒤 현재 해외 10개국에 55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원조 K푸드 기업’이다.

최근엔 사우디아라비아 기업과 MOU(업무협약)를 맺고 중동 시장에 K베이커리 진출을 공식화했다. 올해는 할랄 시장 공략을 위해 말레이시아 현지 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빵의 본고장’ 유럽 시장 진출도 확대 중이다. 허 회장은 지난달 24일 방한 중인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의 CEO이자 창업주 3세인 마리오 파스쿠찌(Mario Pascucci)와 만나 ‘이탈리아 내 파리바게뜨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위한 MOU를 맺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EU에서 가장 큰 제빵 시장으로,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211억 달러(한화 약 28조3000억원)에 이른다.

파리바게뜨는 이미 프랑스와 영국에서 사업 중이다. 2014년엔 프랑스 파리에 국내 최초로 진출하고, 2022년 10월 런던에 1호점 ‘베터시 파워스테이션’을 열면서 영국으로 영토를 넓혔다.

하지만 이번 허 회장 구속으로 해외 시장에서 K푸드의 영향력을 키울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 동안 K컬처와 K푸드의 세계적인 인기로 한국 식품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고조된 지금 K푸드 열풍을 확산시키는데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선 SPC의 노조탈퇴 혐의 배경으로 ‘해묵은 민주노총과의 대립’을 꼽는다.

SPC그룹 내 노동조합은 1968년 처음 설립돼 1만5000명이 한국노총 소속 노조에 가입돼 있었다. 2017년 이전 정부에서 파리바게뜨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이 시행되며 5300여명의 제빵기사에 대한 직접 고용 명령이 내려지고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출범했다.

SPC그룹은 2018년 1월 자회사 PB파트너즈를 설립해 가맹점 제빵기사들을 전원 고용했는데, 기존 한국노총도 노동조합을 설립하면서 복수노조 체제가 됐다. 이후 계열사 SPL, 던킨 등에도 민주노총이 설립되며 복수노조 체제가 됐다.

두 노조가 세력을 확장해 가는 과정에서 민주노총 화섬노조는 회사가 PB파트너즈 설립 당시 체결한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고 노조를 탄압했다고 주장하며 집회와 농성을 이어갔다. 또 회사 및 한국노총 노조와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화섬노조 측은 회사 사옥 앞에서 불법 천막 시위와 가맹점 불매운동을 벌였다. 던킨 공장에선 한 노조원이 식품 제조 과정에 이물질을 투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행위로 경찰에 고발 당하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하는 SPC가 당시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불매운동 등으로 인한 가맹점 피해를 막기 위해 민주노총의 행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들에 대해 민주노총은 부당노동행위라며 고발했고 현재 그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SPC는 허 회장 구속에 대해 “78세로 고령인데다 건강도 안 좋은 상황이라 안타깝고 걱정스럽다”며 “앞으로 전개될 조사와 재판 과정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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