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채만 나온 ‘무순위 청약’에 왜 100만 명이 몰렸을까 [부동산 빨간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7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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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순위 청약이 100만 명이 넘는 지원자를 모으는 등 ‘흥행’하고 있다. 시세차익이 크고, 지원 자격에 제한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뉴스1

오승준 산업2부  기자
오승준 산업2부 기자
최근 시세차익이 수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로또 청약’이 잇달아 나왔었죠.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의 무순위 청약에서는 3채 모집에 101만 명 이상이 신청해 33만7818대1의 평균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59A㎡의 경우 분양가가 13억 2000만 원인데, 고층의 같은 평형이 22억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된 바 있죠. 132㎡의 경우 분양가가 22억6000만 원이었는데, 비슷한 층수의 같은 크기 아파트가 49억 원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막대한 규모의 시세차익을 노리고 사람들이 몰린 것이죠. 오늘 부동산 빨간펜에서는 무순위 청약처럼 본청약 이후에 진행되는 청약 제도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Q. 최근 ‘로또 청약’ 얘기를 기사로 접했습니다. 물량이 두세 채 뿐이던데 왜 그런 건가요?

“최근 ‘로또 청약’으로 화제가 된 단지들은 대부분 이른바 ‘줍줍’이라고도 불리는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경우를 말합니다. 무순위 청약은 1순위와 2순위 청약을 거친 후 계약이 안 된 물량에 대해서 청약 접수를 받는 것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아무런 제약 없이, ‘무순위’로 진행하는 청약이라는 의미죠. 그렇다보니 물량이 많지 않습니다.
청약에 당첨되고도 계약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당첨자가 청약 조건에 맞지 않는 ‘청약부적격자’여서 당첨이 취소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가점 계산이 잘못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자금조달을 제때 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분양대금은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로 나눠 냅니다. 이중 가장 금액이 큰 중도금을 예상만큼 대출받기가 어려워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나온다고 합니다. 당첨 취소, 계약 포기 등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청약 가점과 대출 여부를 잘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Q. 무순위 청약은 왜 이렇게 경쟁률이 높은 건가요?

“우선 참여할 수 있는 인원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대개 본청약은 거주지·청약 통장 보유 여부에 대한 제한이 있습니다. 예컨대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청약하는 경우 최초 입주자모집공고일 기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 거주하는 이 중 청약 통장 보유자만 가능합니다. 반면 무순위 청약은 전국에 거주하고 있는 19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청약 통장 보유여부와 무관하게 신청이 가능합니다. 한마디로 다주택자를 포함해 전국의 모든 성인이 참여 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렇다보니 경쟁률도 치솟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 본청약에서부터 상당한 시일이 지난 후 이뤄진다보니 시세 차익을 눈으로 확인하고 신청할 수 있다는 점도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이유입니다.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의 경우 본청약을 2020년 진행했고,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했습니다. 분양가는 2020년 당시 그대로인데 계약과 동시에 매도할 수 있어 시세차익을 즉시 누릴 수 있죠. 최근 공사비 및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분양가가 치솟고 있다 보니, 2020년 수준의 분양가는 지금은 볼 수 없는 저렴한 분양가라는 점도 인기 요인입니다.”

청약 잔여가구 공급 방식
구분
무순위
임의공급
취소 주택 재공급
공급 사유
부적격 및 계약 포기
본청약 미분양
불법 전매 등 공급질서 교란 행위에 따른 취소
신청 자격
성인 누구나
성인 누구나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 성인
자료: 국토교통부 등

Q. 본청약이 끝난 뒤 진행되는 청약은 무순위 청약 밖에 없나요?

“무순위처럼 본청약 이후에 접수받는 절차로는 ‘임의공급’과 ‘취소 주택 재공급’이 있습니다. 우선 취소 후 재공급은 불법 전매 등 공급질서 교란행위가 적발돼 계약이 해제된 경우입니다. 청약자격은 무순위와 대체로 비슷하지만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 성인만 가능합니다. 임의공급은 본청약에서 미분양이 난 경우입니다. 다만 본청약에서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지 못했던 만큼 ‘로또 청약’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물량인 경우가 많습니다. 10차를 넘어서까지 모집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조합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남겨놓은 ‘보류지’를 사업이 모두 끝난 뒤 매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류지 잔여분 매각은 청약이라기보다는 조합과 개인이 거래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통 경쟁입찰을 붙이거나 선착순으로 공급하죠. 가격도 분양가보다는 시세에 맞춰 매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Q. 앞으로도 무순위 청약 물량은 꾸준히 나올까요?

“정부는 신규 분양 아파트에서 예비당첨자 비율을 늘리고 있는 추세입니다. 1순위와 2순위 청약 당첨자 중 계약을 포기하면 예비당첨자에게 순번이 돌아가게 됩니다. 예비당첨자가 많을수록 무순위까지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죠. 지난해 4월 정부는 전국 모든 아파트에서 공급 가구 수의 5배까지 예비당첨자 수를 두도록 했습니다. 기존에는 서울 등 일부 투기과열지구에서만 500%까지 예비당첨자를 두게 했고, 이외에는 40% 수준을 유지했던 바 있습니다. 그만큼 무순위 물량이 나오기 어려워진 것이죠.

시세차익이 큰 ‘로또 청약’ 역시 나오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시세는 내리는데 분양가는 오르다보니 시세차익이 거의 없거나 역전되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죠. 또 최근의 ‘로또 청약’은 대부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던 시기 분양됐던 물량입니다. 그만큼 분양가가 낮았기 때문에 시세가 어느정도 하락한 현 시점에서도 시세차익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현재는 분상제가 서울 강남, 서초, 송파, 용산구에서만 유지되고 있죠.

부동산 청약 제도는 무주택자들을 위한 내집마련 수단이라는 의미가 큽니다. 단 3채 나온 무순위 청약 때문에 온 국민이 밤잠을 설치는 최근 상황은 청약제도의 본래 취지와는 조금 동떨어져 보입니다. 청약 당첨이 워낙 쉽지 않은데다, 분양가가 빠르게 오르다보니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이 아닐지, 조금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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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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