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대어 놓치면 3~4년 빈손” 압구정-여의도 불붙은 수주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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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선정 예고에 분위기 후끈
건설사들, 알짜 물량 선점 총력전
삼성물산, ‘넥스트 홈’ 비전 제시
현대건설, 재건축 전담팀 만들어

“물을 품고 바람을 다스려 여의도의 빛으로! 삼부의 신속한 조합 설립을 응원합니다.”

“삼 대에 걸쳐 부가 쌓이는 곳, 삼부아파트입니다. 행복이 가득한 설 명절 보내세요.”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866채 규모 삼부아파트 단지 앞. 100m 남짓한 길에 8개 건설사가 너도나도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인근 은하아파트 앞에도 “여의도에서 가장 빛나는 은하아파트! 2024년 갑진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같은 문구가 새겨진 건설사 홍보 현수막들이 줄줄이 붙어 있었다. 아직 조합 설립도 되지 않은 단지이지만 주민들에게 미리 눈도장을 찍으려는 것이다.

● 재건축 ‘대어’ 놓고 경쟁 격화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압구정, 여의도 등 서울 핵심 지역 재건축·재개발 단지 시공사 선정이 잇달아 예고되면서 건설사들의 물밑 수주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건설경기가 침체된 만큼 청약 흥행 가능성이 높은 ‘알짜’ 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나선 것이다.

올해 정비사업 수주전 서막은 부산에서 올랐다. 지난달 27일 사업비 1조3000억 원 규모인 재개발 최대어 시민공원 촉진2-1구역 시공권을 포스코이앤씨가 따냈다. 다음 달에는 588채 규모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양아파트에서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린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맞붙는다.

이르면 6월에는 1770채 규모 재건축을 노리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도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 현재 건축심의 단계인 서울 용산구 한남5재개발구역은 6월 중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낼 계획이다. 압구정 재건축 단지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 역시 올해 안에 시공사 선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 총력전 나선 건설사들
재건축·재개발 ‘대어’가 줄줄이 이어지며 건설사들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미래 비전인 ‘넥스트 홈’을 제시하며 초고층 재건축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이번에 짓는 아파트는 허물고 새로 짓기 어려운 만큼 거주자가 공간을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해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도록 하는 것이 콘셉트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재건축 전담 태스크포스팀을 만들고 기존 정비사업팀 인력 5명을 배치했다. 강남구 신사동에 조합원 전용 본보기집인 ‘디에이치 갤러리’도 운영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초 도시정비사업팀 내 서부지사를 신설해 여의도,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4개 단지 등 재건축 수주에 대비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신반포 2·16차와 개포5단지 수주도 노리고 있다. GS건설은 50층 미만 준초고층 재개발 가능성이 높은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 포스코이앤씨는 노량진1재개발구역을 목표로 삼았다.

● 재건축 수주 시장도 양극화
건설경기 침체에도 일부 단지 수주 경쟁이 더 치열해진 이유는 역설적으로 사업 여건이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3년 전 대비 27.6% 올랐다. 재건축에서 공사비를 올리려면 조합원 분담금을 높이거나, 일반분양 물량의 분양가를 높여야 한다. 다만 조합원 분담금 조정은 조합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분양가를 높이면 미분양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완판이 가능한 일부 재건축 단지를 놓치면 향후 3, 4년간은 일감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게 건설사들의 판단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이 확보되는 현장을 선별적으로 수주해 원활하게 공사비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강북지역 등 수익성이 낮은 사업장은 공사비 인상을 둘러싸고 시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시공사 선정이 취소되거나 사업비 재협상에 들어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재건축#압구정#여의도#수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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