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I 제왕’ 권토중래 꿈꾸는 MS…애플과 시총 1위 경쟁

  • 뉴시스
  • 입력 2024년 1월 28일 0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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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PC의 제왕' MS, AI·클라우드로 재도약
시총 3조 달러…애플 제치고 전세계 시총 1위 탈환
오픈AI 투자 '신의 한 수'…'코파일럿' 생태계 확장

“모바일 시대 구글·애플에 뺏겼던 IT제왕 명성을 되찾겠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투자와 소프트웨어·클라우드·디바이스 등 기존 사업영역에 AI 기술을 빠르게 접목하며 ‘AI 맹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기준 뉴욕 증시에서 MS 주가는 403.93 달러로 마감, 시가총액이 3조 21억 달러(한화기준 약 4016조 8282억 원)를 기록했다. 반면 애플의 이날 시총은 2조 9752억 달러(3980조 7882억 원). 지난 12일 MS가 2년 2개월 만에 애플 시총을 넘어선 이래 또다시 애플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큰 회사가 됐다.

이는 IT 산업 역사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1990년대 전세계 PC 운영체제(OS)와 SW 시장을 장악하며 ‘IT 제왕’으로 군림했던 MS는 스마트폰 혁명 이후 모바일 시대 제대로 대응을 못해 신흥 강자 애플·구글에 주도권을 내줘 했다.

그러던 MS가 재조명을 받기 시작한 건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투자하면서부터다.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던 MS는 AI와 클라우드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았다. 생성형 AI 기술과 클라우드에 선도적으로 투자하며 경쟁 우위를 확보했고, 기업 가치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0년대 ‘PC 제왕’이던 MS, AI·클라우드로 영광 되찾나


MS가 PC OS와 SW 제왕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역사는 198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1년 MS-DOS의 출시를 시작으로 IBM PC 호환 컴퓨터들을 위한 첫 OS로 업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1985년에는 그래픽 셸인 윈도1.0을 선보이며 PC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하지만 진정한 게임 체인저는 1995년 윈도95의 등장이었다. 32비트 환경과 상징적인 시작 버튼 도입,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기능성에서 큰 향상을 이루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어 윈도2000, 윈도XP, 윈도7 등의 버전들이 MS가 PC OS 시장에서 강자로 자리매김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모바일 OS 시대 들어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의 거센 경쟁 속에 부침을 겪었다. 다만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 특히 애저(Azure)의 성장으로 이를 극복하는데 주력했다. 2019년 상용 클라우드 연간 매출이 처음으로 500억 달러를 돌파했는데, 이중 구독형 사업인 MS365 관련 매출이 200억 달러 이상을 차지했다.

이후에도 AI와 클라우드 솔루션, 게임제품, 비즈니스 서비스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에 대한 집중하며 연간 매출 1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에 힘입어 MS는 지난해 3분기 매출 565억 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주당 순이익도 2.99억 달러를 달성했다. 특히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234억 9000만 달러로, 구글 클라우드 매출을 넘어섰다.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오픈AI와 오피스 ‘코파일럿’ 생태계 확장


클라우드 부문의 성과도 이어지고 있지만 MS의 화려한 부활을 예고한 건 생성형 AI 투자 덕분이다.

MS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130억 달러를 투자한 최대 주주로서 AI 분야에서 애플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오픈AI 모델 기반의 ‘코파일럿(Copilot)’을 웹브라우저 ‘빙’부터 OS, 오피스 SW까지 폭넓게 적용하며 개인은 물론 기업 시장까지 생성형 AI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먼저 MS는 자사의 검색 엔진 ‘빙’에 GPT를 통합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기존의 키워드 중심이던 검색 서비스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용자가 대화 방식으로 질문하면 답변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검색 시장에 일대 변화를 주도했다.

지난해 3월에는 MS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아웃룩, 팀즈 등에 오픈AI GPT-4를 접목한 기업용 ‘MS 365 코파일럿’을 발표했다. 11월에는 애저 AI 스튜디오에 오픈소스 LLM을 40개 추가했다. 12월에는 구글 안드로이드 및 구글 앱스토어에서 GPT-4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앱을 출시했다.

지난 15일에는 ‘MS 365 코파일럿’의 개인용 구독 서비스 ‘코파일럿 프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월 20달러의 요금으로 기업용 서비스(인당 월 30달러)보다 저렴하다. ‘MS 365 코파일럿’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문서 작성 등 사용자의 생산적인 업무를 지원한다.

신한투자증권의 심지현 애널리스트는 “MS가 오피스용 코파일럿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코파일럿에 접근 가능한 추정 고객 수는 기존의 약 1억 2500만명에서 3억 7900만명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확대된 범위의 추정 고객수 3억 7900만명이 유지된다고 단순 가정하고 채택률 1%를 상정 시 2025년까지 약 12억 달러, 채택률 5%를 상정 시 약 51억 달러, 채택률 10%를 상정 시 약 115억 달러가 매출에 추가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MS, 오피스 넘어 온디바이스 AI 전략…애플, 아이폰에 AI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는 자사 PC 윈도를 통해 ‘코파일럿’ AI 비서를 쉽게 호출할 수 있는 기능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24년을 AI PC의 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또 미국의 소매 대기업 월마트와의 협업을 발표하며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향후 MS는 서피스 노트북에도 코파일럿 AI 비서와 NPU(신경망처리장치)를 탑재해 인터넷 연결 없이 AI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계획이다.

이런 MS의 계획은 삼성전자가 최근 밝힌 온디바이스 AI 전략과도 일치한다. 삼성전자는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 S24’에 실시간 통역 기능을 제공하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탑재했다. MS 역시 향후 자사 스마트폰 제품군에 ‘코파일럿’ 등 생성형 AI 서비스를 탑재할 가능성이 있다.

애플도 생성형 AI를 탑재한 아이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오는 6월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LLM)에 대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애플은 멀티모달 LLM ‘페렛’을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했고, 저성능 반도체에서도 LLM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기술 논문도 발표했다. 애플이 올 하반기에 공개할 아이폰16 시리즈와 iOS 18 등에서 AI 기능을 구현할 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는 19일 보고서를 통해 “MS의 시가총액 1위 탈환은 기술 산업의 중심축이 모바일에서 AI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며 “MS의 시가총액 1위 복귀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모바일 혁명의 상징이었던 애플보다는 AI 시대를 주도할 MS 미래 경영에 더 큰 베팅을 결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글로벌 기업들의 승부처는 AI라는 것을 자명하게 보여준 가운데 미래 게임 체인저에 대한 투자와 전략 강화하며 시장 패러다임을 주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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