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 외국인력 취업업종 확대…양대노총 “일자리 질 향상이 먼저”

  • 뉴스1
  • 입력 2023년 11월 24일 0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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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하고 있다.  ⓒ News1 DB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하고 있다. ⓒ News1 DB
정부가 비전문 외국인력에 대한 일부 업종에서의 취업제한 해제를 추진 중인 가운데 노동계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양대노총은 정부가 일부 기피 업종의 심각한 구인난을 이유로 호텔·콘도 등 업종에 비전문 외국인력 활용을 늘리겠다고 하는 것은 ‘일자리 질’ 저하로 취업을 포기한 청년층들의 고용 확대를 위한 방향과는 전면 배치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4일 정부와 호텔·콘도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부는 연말 외국인의 호텔업종 취업제한 해제를 검토 중이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비전문취업비자(E-9)를 받아 국내 입국한 외국인의 경우 취업 가능한 업종이 정해져 있는데, 이를 확대·적용하겠다는 것이다.

2004년에 도입한 고용허가제는 국내 인력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비전문취업비자(E-9)와 방문동포 비자(H-2)를 발급하고 있다.

그중 E-9 비자 소지자는 농축산업·어업·제조업·건설업·일부 서비스업처럼 한국인 근로자들이 기피하는 업종에서만 일할 수 있다. 올해 전체 쿼터는 12만명이다.

H-2비자는 중국과 CIS(독립국가연합) 6개 국가의 만 18~59세의 재외동포들이 받을 수 있는 방문 취업 비자로, 단순 노무 분야에서의 취업활동만 가능하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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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들에 대한 취업업종 확대를 위해 구인난 실태조사를 마친 뒤 법무부와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논의는 막바지 단계로 내주 열릴 국무조정실 주재 외국인정책위원회에서 의결만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콘도업으로의 외국인력 취업 확대 명분은 이들 업종의 심각한 구인난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말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이었던 1~3성 관광호텔뿐만 아니라 4~5성 호텔과 콘도 등에도 H2 비자 외국인의 취업은 가능하도록 했다. H-2비자는 중국과 CIS 6개 국가의 만 18~59세의 재외동포들이 받을 수 있는 방문 취업 비자로 그동안 단순 노무만 가능했다.

그럼에도 현재 호텔의 인력난이 지속적으로 심화하고 있고 지방의 소규모, 낮은 성급의 호텔일수록 어려움이 가중되자 호텔·콘도 등 관광숙박업에 비전문취업(E-9) 외국인 근로자 취업도 허용하기로 했다. 실질적인 제한이 사라지는 셈이다.

실제 한국호텔업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5성급 호텔 62곳의 정규직 종사자는 1만1599명으로 1곳당 평균 187명이다. 2020년 평균(238명)과 비교하면 51명(21%) 감소했다. 특히 객실(18.2%), 조리(15.8%), 식음료(14.8%) 부문의 정규직이 눈에 띄게 줄었다.

여기에 더해 H-2 비자 소지자에 대한 취업업종 가능 범위도 더 개방했다. 이전까진 한식, 외국식, 간이음식점에서만 일할 수 있었던 취업제한 규정을 풀어 음식점업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정부는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업종의 심각한 구인난 타개를 위해 전체 고용쿼터 확대를 추진 중이다.

지난 8월 대통령 주재로 열린 4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고용부는 올해 당초 목표치인 고용허가제 쿼터 인력 규모를 1만명 더 늘린 12만명으로, 내년에는 ‘12만명+α’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외국인력 활용에 있어 기업이 가장 애로를 겪는 사업장별 고용한도를 2배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내년도 외국인력 도입 규모는 오는 27일 열릴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일각에는 도입 규모만 16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 같은 외국인력 취업제한 해제와 도입규모 확대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국내 고용시장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이해당사자이자 해당 업종 대표 노동계 조직과 소통 한번 없이 일방적으로 안건을 상정한 것에 대해 강력 규탄한다”며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총은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 위기로 일터에서 쫒겨난 노동자의 재취업에 대한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면서 “업황이 회복되고 있으면 노동조건 등 여건을 개선해 내국인 노동자를 우선 고용하려는 노력이 선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 같은 과정과 논의 없이 오로지 값싼 노동력의 이주노동자를 손쉽게 사용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했다”면서 “호텔·콘도업종 등에 대한 고용허가제 신규 업종 허용 추진 방안을 중단하고, 사회적 대화 창구인 한국노총(관광·서비스노련)과 현황 파악 및 실태조사 논의를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8월 민주노총도 정부의 고용쿼터 확대 방침에 “인구와 인력난의 해결을 위해서는 출산, 보육, 교육, 사회보장, 노동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사회구조와 시스템에 대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는 오로지 현상만 바라보고 근시안적인 해결책 제시에 급급한데, 이런 땜질식 정책은 궁극적으로 실패에 도달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양대노총은 ‘일자리 질’ 저하로 주 생산인구인 청년층 등의 취업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이를 높이기 위한 정책적 대안 없이 외국인력으로 빈 일자리를 채우려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실제 통계청이 지난 15일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취업자 수는 386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만2000명 감소했다.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청년층 취업자 수는 지난해 11월부터 12개월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10월 기준 쉬었음 청년도 37만300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하면 7000명 감소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고용부 관계자는 “비전문 외국인력 취업제한 완화 등 구체적인 안이 결정된 바 없다”면서 “27일 열릴 외국인력정책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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